오전 10시 법원 출석
대기업 총수 중 첫 증인 출석
朴과는 지난해 2월 이후 16개월 만의 만남
검찰, 추가지원 요청-기업현안 해결 연결고리 추궁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2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대기업 총수가 증인으로 나오는 것은 처음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2월 청와대 안가 독대 이후 1년4개월 만에 법정에서 만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이날 오전 10시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에 대한 공판을 열고 최 회장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검찰은 최 회장에게 당시 독대 자리에서 어떤 요구가 있었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물었다. 박 전 대통령이 K스포츠재단에 지원을 해주는 '대가'로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의 사면, 면세점 특허사업자 재선정 등을 언급했는지 추궁한 것이다.
최 회장은 "독대 자리에서 최재원 부회장의 가석방 문제를 완곡하게 꺼냈지만 별반 긍정적인 반응이 없어서 더이상 말씀드리지 못한 것 아니냐"는 검찰의 질문에 긍정했다. "저는 나왔는데 동생이 아직 못나와서 제가 조카들 볼 면목이 없다"는 완곡한 표현을 쓴 것도 이 때문이라고 답했다.
최 회장은 지난 15일부터 증인으로 출석한 SK 임원들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선에서 증언을 했다.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에서 '문화 융성 차원의' 지원을 요청받았지만 구체적인 지원 대상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는 것이다. 사면ㆍ면세점 선정 등 주요 현안을 설명한 것도 SK 측에서는 일상적인 경영 활동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K스포츠재단 지원 과정에서 불거진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의 마찰이나 압박도 언론 보도 후 보고받았다는 것이 SK의 일관된 설명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국회 청문회와 이후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도 "사후 보고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SK 임원들 역시 당시 K스포츠재단과의 협상 과정을 최 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SK그룹 관계자는 "K스포츠재단에 89억원을 추가 지원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당시 구체적인 얘기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독대 자리는 구체적인 청탁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으로부터 경영 현안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SK그룹에 89억원을 요구한 혐의(제3자 뇌물요구)를 받고 있다. 때문에 재판부는 독대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최 회장의 '입'에 주목했다. 최 회장의 증언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 성립 여부의 판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K스포츠재단은 박 전 대통령과 최 회장의 독대 이후 SK그룹에 89억원 지원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50억원은 독일 현지법인인 비덱스포츠에 송금할 것을 요구했고, SK그룹이 사실상 거절의사를 밝히면서 무산됐다. 검찰은 이를 두고 "SK는 슬기롭게 거절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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