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컴퓨터를 이용해 거짓 정보를 유포해 여론을 조작하는 정치 선전의 중심에 러시아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0일(현지시간) 필립 하워드와 사무엘 울리가 이끄는 영국 옥스포드대학 연구팀은 2014~2015년 러시아 인터넷에서 정치에 관해 언급된 130만개의 표본을 조사한 결과이 중 45%가 '고도로 자동화된 계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한 건물에 여론 조작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곳에는 여론 조작 활동에만 몰두하는 수백명의 근로자가 채용돼 있고, 수백만 달러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흥미로운 점은 러시아의 정치 선전 방법이었다. 연구팀은 "사람들을 혼란시킬 목적으로 유포된 것들이 반드시 거짓을 전제로 하지는 않았다"며 "러시아는 대립 혹은 모순되는 사실을 여러 차례 유포했다는 점이 특징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이 같은 정치 선전의 가장 큰 목적은 사람들의 관심을 분산시켜 정치와 정책 전반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컴퓨터를 사용한 선전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또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봇의 영향력 또한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많은 봇이 무리를 이루고, 후보자의 콘텐츠를 팔로 혹은 리트윗하거나 '좋아요'를 누르면 그 후보의 이미지는 더 정확하고 더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후보자에 대한 이 같은 화제몰이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쪽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브라질, 캐나다, 중국, 독일, 폴란드, 대만,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국을 대상으로 2015~2017년의 선거, 정치, 국가 안보에 관련된 SNS의 게시물 수천만 건을 분석한 것을 토대로 얻었다.
한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는 정치 선전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부 캘리포니아대학과 인디애나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트위터 계정의 15%가 자동화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SNS는 가짜 뉴스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완벽한 통제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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