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시스템 배제 악재전 배재현 부사장 33억규모 전량매도
외국인·기관도 실망감에 대규모 동반 매도 주가 11.4% 폭락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엔씨소프트가 신작 모바일게임 '리니지M' 출시를 하루 앞두고 연중 최대 낙폭을 보이며 급락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실망감에 등을 돌린 탓이다. 심지어 엔씨소프트 창립 멤버이자 부사장마저 보유주식 전량을 내던지자 개인투자자는 아연실색 하고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엔씨소프트 주가는 전날 11.41% 급락했다. 시가총액이 하루만에 약 1조원 증발했다. 엔씨소프트 주가가 10% 넘게 내린 것은 2012년 11월8일 이후 약 4년 7개월만이다.
이날 자정 론칭한 리니지M에 당초 도입하기로 했던 아이템 거래소 시스템이 배제된다는 소식에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가 주가를 끌어내렸다. 이날 장초반(오전 9시30분 기준)에도 엔씨소프트는 전장대비 4.43% 하락한 34만5000원을 기록했다.
앞서 아시아경제가 전망(13일자 '기관의 엔씨소프트 띄우기…불나방 투자 전조일까' 참조)했던 것처럼 기관은 신작게임 출시직전 대규모 물량을 처분했다. 최근 3거래일 동안 기관은 731억원 규모의 엔씨소프트 주식을 팔아치웠다. 전날 하루에만 554억원어치를 던졌다.
리니지M의 사전예약일이 공개되고 증권사의 목표주가 줄상향이 이어지는 등 분위기가 무르익던 4월초부터 6월 중순까지 엔씨소프트는 기관의 순매수 4위(1525억원)에 오르며 수직 상승했다. 하지만 최근 3거래일 새엔 반대로 순매도 2위에 오를 정도로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지속적인 매도세를 보였던 외국인은 지난 4월1일부터 전날까지 엔씨소프트 주식 529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의 순매도 1위가 엔씨소프트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의 순매수 2위 종목도 엔씨소프트로 4466억원어치가 매입됐다. 결국 외국인의 실망 매물을 기관이 주워담으며 천천히 주가를 끌어올리다 막판에 개인이 넘겨받아 고점에 물린 형세가 됐다.
이 와중에 배재현 엔씨소프트 부사장이 전날 거래소 시스템 배제라는 악재가 터지기 전 지난 13, 15일 이틀에 걸쳐 엔씨소프트 주식을 전량(약 33억원 규모) 처분해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보유하고 있는 스톡옵션(5만주) 중 일부를 행사하는데 필요한 주금납입금과 소득세를 마련하기 위해 매도한 것"이라며 "배 부사장의 주식매도 시점엔 거래소 관련 결정이 나오지 않았던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스톡옵션 행사 만기일(2020년 2월4일)이 아직 많이 남은 상황에서 이 같은 해명은 석연찮은 부분이 많다. 왜 하필 주가가 역대 고점을 기록하고 악재가 터지기 직전 주식 전량을 처분했느냐는 점에서다. 배 부사장은 지난해 11월11일 이후 최근까지 주식을 단 한주도 처분하지 않았었다.
더욱이 배 부사장이 처음 주식을 매도했던 지난 13일은 당초 예정됐던 리니지M 간담회가 돌연 취소된 날이다. 당시 리니지M 출시를 앞두고 대대적인 언론 홍보를 할 수 있었던 기회를 엔씨소프트 스스로 저버린 것을 두고 당시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언론으로부터 거래소 시스템과 관련한 질문공세를 받을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모바일게임업체 한 임원은 "간담회가 취소됐을 당시 거래소 배제는 사실상 확정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그랬다면 배 부사장도 이를 알고 있었음은 당연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한편 이날 출시된 리니지M에 대해선 서버 운영과 게임성 등에 대해 실망이 크다는 의견이 리니지M 게시판 등 곳곳에 게재되고 있다. 이날 리니지M이 출시된 이후 수십여 곳의 서버에서 갑작스러운 서버다운이 발생했다. 이 와중에도 벌써부터 업그레이드된 장비 패키지(6검4셋)를 현금(5만원)으로 판매하는 등 기존의 과금 유도 정책을 그대로 적용해 유저들 사이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리니지M 한 유저는 "엔씨소프트의 게임개발 역량이 한계에 달했다는 게 리니지M으로 여실히 드러났다"며 "게임성을 키우기보다 유저들 돈만 착복하려는 회사의 운영방식에 실망감이 크다"고 성토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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