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관련 3개 의제 10월까지 다룬 후 미래 관계 협상하기로 합의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유럽연합(EU)과 영국의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EU 탈퇴) 협상단이 1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처음으로 공식 대좌해 7시간 넘게 마라톤 협상을 벌인 결과 우선 협상 의제와 협상 일정에 대해 합의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셸 바르니에 EU 수석대표와 데이비드 데이비스 영국 수석대표가 각각 이끄는 양측 협상단은 이날 영국의 EU 탈퇴 조건부터 논의한 뒤 진전이 있을 경우 미래 관계에 대한 협상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EU와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이 공식 개시됐다. 영국이 지난해 6월 23일 국민투표로 브렉시트를 결정한 지 1년만, 지난 3월 29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영국의 EU 탈퇴 방침을 공식 통보한 지 3개월만이다.
바르니에 EU 수석대표는 "첫 협상이 유용했다"며 "공정한 협상이 '노 딜(No Deal)'보다 좋다"고 강조했다. 데이비스 영국 수석대표도 "앞에 많은 도전이 있으나 양측은 전도유망하게 출발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첫날 회의에서 양측은 10월까지 ▲영국에 사는 300만명의 EU 회원국 국민 및 EU에 거주하는 100만명 영국 국민의 권리 문제 ▲'이혼 합의금'으로 불리는 영국의 EU에 대한 재정 기여금 문제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간 국경 문제 등 3개 의제부터 우선 협상하기로 결정했다.
세 의제는 영국의 EU 탈퇴 조건 협상 대상으로 EU가 내세운 것이다. 그동안 영국은 EU 탈퇴 조건 협상과 브렉시트 이후 양측의 미래 관계에 대한 협상을 동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한 발 물러서 '선(先) 탈퇴 조건, 후(後) 미래 관계 협상'이라는 EU 측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이 가운데 최대 쟁점은 영국이 EU 회원국 시절 약속한 재정 기여금 문제다. EU는 영국이 2020년까지 약속했던 재정 기여금을 납부해야 한다며 액수로 최대 1000억유로(약 127조원)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은 자국이 EU로부터 받아야 하는 돈도 상당액에 이른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어 치열한 '밀고 당기기'가 예상된다.
양측은 이들 의제에 대해 오는 7월 17일, 8월 28일, 9월 18일, 10월 9일 등 4차례 협상할 예정이다. 따라서 새로운 무역관계 등 브렉시트 이후 양측의 미래 관계 협상은 그 뒤에나 시작될 듯하다. 협상 언어로는 영어와 프랑스어가 사용된다.
리스본 조약에 따라 영국은 탈퇴 방침을 통보한 지 2년 뒤인 2019년 3월 30일 EU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따라서 양측은 앞으로 649일 안에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영국은 자동으로 EU 회원국 자격을 잃게 된다. 영국에서는 "나쁜 협상보다 '노 딜'이 낫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영국이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최근 실시된 조기 총선에서 메이 총리의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잃음에 따라 구체적인 협상 내용도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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