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에서 브렉시트·테러 대응 논의…당 안팎에서 커지는 '소프트 브렉시트' 요구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조기 총선 이후 첫 해외 방문지로 프랑스를 찾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어색한 파도타기가 화제다.
메이 총리는 13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곧바로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으로 이동해 잉글랜드와 프랑스 대표팀간 축구 친선경기를 관람했다. 경기의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관중들이 파도타기 응원을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메이 총리가 한발 늦게 일어나 어색하게 손을 들고 환호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옆자리에 앉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엠버 러드 영국 내무장관의 정확한 응원과 대비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메이 총리의 부끄러운 손과 이를 바라보는 주변인들의 황당한 표정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들이 확산되면서 '마가렛 대처 전 수상 이후 가장 어색한 파도타기', '응원도 못하는 메이가 어떻게 영국을 이끌수 있는가'와 같은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영국 언론들은 "조기총선보다 더 나쁜 멕시칸 웨이브(파도타기) 타이밍"이라며 메이 총리를 조롱했다. 무리수를 둔 조기총선 실시로 집권 보수당이 과반을 잃게된 상황을 빗대어 비판한 것이다. 데일리메일은 "선거뿐 아니라 축구 응원에서도 메이는 마크롱에게 졌다"고 보도했다.
앞선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과 테러 공동 대응 등에 대해 논의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영국을 위한 EU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고 말했다. 영국인들의 EU 탈퇴 결정을 존경하지만 영국이 입장을 바꾸면 EU 잔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당초 총선 압승 후 브렉시트 협상의 기선제압을 목표로 의기양양하게 프랑스를 방문할 계획이었던 메이 총리의 의도가 실패로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메이 총리에 대한 사퇴 요구는 줄고 있지만 하드 브렉시트의 경로를 수정해야 한다는 압박이 당 안팎에서 거세지고 있다.
특히 당내 강경파로 분류되던 EU회의론자들 역시 조금씩 입장을 선회하는 분위기다. 총선 후 단행된 개각에서 환경장관 자리에 오른 마이클 고브 전 법무장관은 "EU 잔류를 원했던 국민들과 대화를 통해 무엇이 영국을 위해 최선의 선택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역시 이번 개각에 포함된 스티브 베이커 브렉시트 부장관은 "법과 교역, 국경을 통제하면서도 소프트한 이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투표로 사임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는 "메이 총리는 노동당과의 대화를 통해 더 부드러운(softer) 브렉시트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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