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서 '팡' 주가 거품론
100만원 노리던 네이버, 외국인 하루동안 700억원어치 팔아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팡(FANG)' 주가 거품론이 국내 인터넷 대표주들까지 흔들까.
미국 뉴욕 증시를 이끌어온 페이스북(F), 아마존(A). 넷플릭스(N), 알파벳(Gㆍ구글의 모기업) 등 미국 대표 인터넷 기업 주가가 이틀 연속 하락하면서 고공행진 중인 국내 인터넷 대장주들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팡 주식은 일제히 하락했다. 4차 산업혁명의 선도기업으로 평가받던 엔비디아와 세계 1위 시가총액 기업인 애플도 2거래일간 6% 이상 폭락했다. 기술주에 대한 부정적인 보고서가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주가 하락의 시발점은 공매도 전략을 주로 구사하는 시트론 리서치(Citron Research)의 리포트였다. 시트론리서치는 "엔비디아가 130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즉각 매도를 권하는 리포트를 냈다. 정보통신(IT) 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혼자 떨어진 것이 아니라 기술주 전반적인 매도가 촉발됐다는 점을 보면 시장은 6월 FOMC를 앞두고 위험 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 변동성에 민감한 주식 중에서 최근 상승폭이 가장 가팔랐던 IT 업종이 차익 실현의 대상이 됐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도 보고서를 통해 "팡의 시가총액은 홍콩과 남아공의 국내총생산을 합친 것과 같다"며 2000년 당시의 닷컴주 버블과 비교했다. 최근 미국 내에서 기가비트 롱텀에볼루션(기존 LTE 대비 19배 빠른 속도) 서비스를 애플 '아이폰8'만 지원할 수 없다는 루머도 애플 주가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
올해 들어 뉴욕 증시에서 팡 주가는 평균 30% 이상 급등했고,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관련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 개선으로 이어졌다. 국내 증시에서는 네이버(NAVER)와 카카오가 수혜를 봤다. 네이버는 지난 9일 장중 97만5000원까지 상승하며 사상 최고가 기록했다. 카카오도 올 들어 40% 이상 상승했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각각 1626억원, 2444억원 순매수했다.
하지만 팡 주가가 흔들리면서 외국인은 일부 차익 실현에 나섰다. 주당 100만원 돌파를 노리던 네이버는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외국인이 12일 703억원어치 팔아 전거래일보다 6.77% 내려 89만5000원까지 떨어졌다. 카카오도 4.37% 하락했다.
증시전문가들은 미국 기술주들의 하락으로 단기 조정을 받을 수 있지만 장기관점으로 보면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목표주가도 상향 조정했다.
김성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온라인 쇼핑 시장을 지배한 업체들이 온라인 광고 시장 내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는 국면"이라며 "네이버는 앞으로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쇼핑 플랫폼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한 광고 상품에 대한 수요 확대로 광고 매출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목표주가는 125만원으로 기존 대비 19% 상향 조정했다.
김 연구원은 "이커머스와 온라인 광고 시장 성장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경쟁 업체 벨류에이션 상승을 감안해 네이버 포털의 가치를 18.3% 상향했다"며 "순현금과 자사주 가치를 각각 3조1000억원, 3조9000억원을 반영했다"고 언급했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가 높아진 트래픽을 바탕으로 하반기 실적이 본격 개선될 것"이며 "코스피 이전 상장에 따른 수급 환경도 개선되고 있어 목표주가를 12만원에서 13만원으로 상향했다"고 말했다.
실제 팡 주식들의 하락에도 국내 인터넷 대장주들은 굳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9시35분 현재 네이버는 전일보다 1.79% 오른 91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카카오도 2.29% 상승한 10만7400원을 기록 중이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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