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년 전 북부 아프리카서 존재 확인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가장 오래된 화석이 모로코에서 발견됐다. 지금까지 가장 오래됐다고 여겨졌던 에티오피아의 화석보다 약 10만년 정도 앞선 것이다.
8일(한국시간)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와 호주 그리피스대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진은 "그 동안 호모 사피엔스는 약 20만년 전 동부 아프리카에서 번성했다고 추정됐는데 이보다 10만년 앞서 북부 아프리카에서도 살았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모로코 서부의 해안도시 사피(safi)에서 남동쪽으로 55km 떨어진 곳에 있는 유적지(Jebel Irhoud)에서 적어도 5명의 두개골과 치아 등이 굳어진 화석을 발견했다. 이 화석들의 연대를 분석한 결과 28만∼35만년 전의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의 호모 사피엔스 화석 중 가장 오래된 것은 동부 아프리카인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19만5000년 전 화석으로, 이곳에서는 16만년 전 호모 사피엔스 화석도 발견돼 ‘현생 인류의 요람’으로 종종 불렸다.
그러나 이번에 이보다 10만 년 앞선 뼈 화석이, 동부가 아닌 북부 아프리카에서 나온 것이다. 이를 통해 당시 현생 인류는 동부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 걸쳐 번성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의 장 자크 허블린 교수는 파리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발견이 “교과서를 새로 써야 할 정도”라며 “에덴 동산이 있다고 한다면, 아프리카 전체가 그에 해당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새로 발견된 화석들 중에는 석기와 함께 사냥했던 동물 뼈 화석 수백 개도 함께 있었다. 이는 인류의 진화 과정 초기라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30만년 전 인류의 식사 메뉴도 알 수 있었다”며 가젤과 얼룩말, 버팔로 등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발견은 인류의 진화가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로 갈라지기 전 50만년 전 공통 조상으로부터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여주는 최초의 사례로 보인다. 이번에 발견된 호모 사피엔스 화석은 광대뼈나 눈썹뼈, 작은 얼굴 등 얼굴 형태가 현대인과 거의 흡사하지만, 뇌를 둘러싼 부분은 뒤로 길쭉해 오히려 네안데르탈인과 유사한 모양을 띠고 있다.
허블린 교수는 “현대인과 네안데르탈인의 DNA를 비교하면 뇌와 신경계에서 관여하는 유전자에서 차이가 컸다”며 “이번에 발견한 초기 호모 사피엔스 이후 10만년 동안 뇌가 급격히 진화하면서 두개골도 오늘날의 공 형태로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다고 전해졌다.
아시아경제 티잼 박혜연 기자 hypark1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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