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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10개국을 가다]"아세안 내 정치·안보 협력도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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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10개국을 가다]"아세안 내 정치·안보 협력도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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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인도네시아)=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지난해 9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북한의 핵 포기를 촉구하는 '비확산 성명'을 채택한 것이 최근 아세안과 한국 간 협력에서 가장 인상적인 성과이다."

지난달 말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만난 서정인 주아세안 대표부 대사는 한국과 아세안 간 협력의 성과로 대북 문제에 대한 연대를 확인한 것을 꼽았다.


서 대사는 아세안을 바라보는 시선이 경제 분야로 한정된 측면이 있다며 정치ㆍ안보 분야의 협력에까지 시야를 넓힐 것을 주문했다. 그는 "성명 채택은 북한 문제가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남아 지역, 나아가 영미권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이슈라는 사실을 환기시켜줬다. 북한을 가까운 나라로 인식해왔던 아세안이 대(對)북한 인식을 재고할 만한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서 대사는 지난 2012년부터 2대 대사로 임명돼 올해로 5년째 대표부를 이끌고 있다. 그는 자카르타에서 아세안 현안을 전담하면서 느낀 한국과 아세안에 대한 애정, 아세안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중요성을 인터뷰 도중 여러 차례 드러냈다.


서 대사가 그리는 아세안의 미래상은 구체적이다. "아세안의 중산층은 2030년대에 2배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매력을 가진 사람들이 늘면서 도시화도 급격히 진행될 것이다. 인프라 건설 수요 연간 1100억달러 이상 창출되는 등 거대한 시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세안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만큼 한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미 모든 통계는 아세안이 한국에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주고 있다"며 "한국은 아세안의 5위 교역국이지만 차지하는 비중은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뒤집어 생각하면 교역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는 2020년 한국과 아세안 간 교역규모를 2000억달러로 확대한다는 합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아세안이 경제 분야에서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 대사는 관세 검색 포털 프로젝트인 '테리프 파인더(Tariff finder)'가 지난해 8월 채택된 것을 언급하면서 "한국의 중소기업에게 특히 효과적인 시스템"이라고 언급했다. 테리프 파인더는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아세안+1 FTA에 대한 특혜관세를 쉽게 검색하고, 비교할 수 있는 온라인 포털 사이트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일컫는다. 특히 그는 FTA의 특혜 관세 정보 검색이 보다 간편해지면 중소기업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이 프로젝트에 한아세안협력기금이 지원될 수 있도록 힘썼다.


특히 그는 한국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아세안에 진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세안은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가운데 파이가 커지는 흔치 않은 지역이다. 아세안은 아직도 기술력을 가진 중견중소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기업들의 실무자들이 직접 뛰어야 한다. 주기적으로 방문해 시장 조사를 해야 한다. 직접 눈으로 보면 기회가 보일 것"이라고 장담했다.


올해로 출범한 지 50년이 된 아세안의 발전 속도에 대한 의구심에 대해서는 근시안적인 평가라고 일축했다. 그는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야 한다. 외교는 상대국의 마음을 사는 것으로, 수치상으로 증명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서 대사는 "아세안 내 철도망 구축이 지연되면서 이러한 지적이 더욱 심해지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서쪽으로는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미얀마~중국(쿤밍)으로 이어지고, 동쪽으로는 태국~캄보디아~베트남~중국(쿤밍)으로 이어지는 '범아시아 철도(Pan-Asia Railway)' 프로젝트는 지난 2015년 완공을 목표로 했지만 지연되고 있다.


그는 "아세안 고속도로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남북 경계 회랑, 미얀마~다낭, 태국 방콕~베트남 호치민 간 도로 연결망 등 물리적 연계성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아세안의 발전에 대해 장기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세안 내 3만8400㎞의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프로젝트는 현재 230여㎞를 제외하고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서 대사도 아세안에 대해 우려하는 부분이 있다. 아세안 국가간의 격차이다. "비교적 통합을 잘 이뤘다고 평가받는 유럽연합(EU)도 국가 간 격차에서 오는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EU 회원국인 룩셈부르크와 루마니아는 1인당 국민소득 차가 10배 이상이다. 그러나 아세안 회원국인 싱가포르와 미얀마의 1인당 국민소득 격차는 60배에 육박한다. 그러나 게다가 종교, 정치 체제 등이 각기 달라서 오는 문제도 많다"는게 서 대사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서 대사는 "아세안 통합은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현재 반환점을 겨우 돈 상태다. 온 것만큼 다시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길게 봐야 한다"며 "속도를 내는 것보다 다양성 속에서 통합(unity in diversity)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것을 주지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역설적이게도 아세안 통합을 촉진하고 있다는 견해도 보였다. 그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가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것을 경계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미 경제 성장 측면에서 팽창 단계에 다다른 중국과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미국에 대응하기 위해 아세안이 최적의 대안이라는 것을 주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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