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 환자들 "우리를 비웃지 말아주세요"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정신병은 질환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들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판단하지는 않았을까요. 그들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전해져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자신이 정신병을 앓다가 회복한 이가 우뚝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을 담은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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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우울증을 앓게 됐다. 치료를 미루다 결국 16살에 정신과에 입원했다. 무려 7번이나 입·퇴원을 반복한 끝에 정신요양시설에 입소했다. 그대로 주저앉을 수 없었다. 병증이 호전돼 요양원을 나온 뒤 검정고시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졸업증을 얻었다.
이후 정신과 병원에 환자보호사로 취직해 중증 환자들을 정성껏 돌보았다.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야간 당직근무를 하다 주머니에 넣어 둔 장애인복지카드를 잃어버렸다. 주변을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손전등을 켜고 병동 바닥 곳곳을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입사할 때 정신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숨겼기 때문에 내가 정신질환이 있다는 것이 드러날까 너무 두렵고 조급한 마음에 몰래 병원을 빠져나와 택시를 타고 양주에서 서울까지 갔다. 어렵게 들어간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너졌다.
오전 10시쯤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조용히 나를 부른 원장님이 "선생님께서 그동안 성심성의껏 일해 주신 것과 환자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선생님만 괜찮으시다면 계속 일을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나의 성실성을 인정해 준 것에 대해 한없이 감사하며 열심히 일했다. 정신장애인도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 준 것 같아 스스로가 너무 대견스러웠다.
이후 그곳을 그만두고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진학해 행정학을 공부하고 있다. 나는 앞으로 내가 나야가야 할 길을 찾았다. 정신질환으로 인한 고난들이 나의 소망이 됐고 나는 허황되지 않은 소망은 꼭 이뤄진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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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정신질환 인식개선을 위한 사회복귀 체험수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김태욱 씨의 사연입니다. 복지부는 정신질환에 대한 국민의 편견을 해소하고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복귀 성공사례를 확산하기 위해 이번 공모전을 개최했습니다.
이번에 제출된 수기에는 조현병, 우울증, 알코올 중독 등 정신질환의 발병과 치료 과정에서 병증이나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겪었던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 정부와 사회에 대한 바램들이 담겨 있습니다. 대상 수상자 김태욱 씨는 아버지의 사망 후 우울증에 시달렸는데 즉시 치료하지 않아 오랜 기간 동안 투병생활을 했습니다.
이후 회복돼 직업을 구했습니다. 직장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을 알고도 계속 일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것을 계기로 삶에 대한 희망을 얻었습니다.
또 다른 대상 수상자 권 모 씨는 시댁과 갈등과 산후우울증,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조울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권 씨는 조울병에 대한 자신의 편견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다 10여 년 동안의 기간 끝에 자신의 병을 받아들이고 체계적 정신건강 지식을 배워 회복의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이들은 사회에 대해 "우리는 병과 싸우는 것만으로도 힘겹다"며 "부디 우리를 비웃지 말고 편견의 눈이 아닌 발견의 눈으로 우리를 바라 봐 주면 좋겠다"고 주문했습니다. 30일부터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됩니다. 강제입원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차전경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과장은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병원과 시설의 강제입원 절차를 개선해 정신질환자의 인권보호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정신질환자에 대한 복지지원과 전체 국민의 정신건강증진사업의 근거를 마련한다는데 의의가 있다"며 "개정법이 충실히 추진되도록 해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복리, 사회 안전과 국민정신건강의 증진이라는 법률의 취지가 현실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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