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아킴 뢰닝ㆍ에스펜 잔드베르크 감독, 조니 뎁ㆍ하비에르 바르뎀ㆍ제프리 러쉬 주연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전설적인 해적 선장 잭 스패로우(조니 뎁)가 복수를 위해 찾아온 살라자르(하비에르 바르뎀)에 맞서 싸우며 신화 속 비밀에 다가가는 판타지 어드벤처. 전작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에서 잃어버린 시리즈의 정체성을 검증된 흥행 코드들을 모두 동원해 회복한다. 특히 포세이돈의 창을 찾는 활극의 영상미는 시리즈에서 최고로 꼽힐 만큼 압도적이고 독창적이다. 저주에 걸린 유령 해군의 이야기는 다소 진부하다. 세대교체를 통해 시리즈를 처음부터 새롭게 만들려는 복안 또한 실현되기 어려워 보인다. 아직 스패로우 선장을 대체할 만한 배역이 보이지 않는다.
# 이창재 감독, 노무현 주연 '노무현입니다' ★★☆
출마하는 선거마다 번번이 낙선한 노무현이 2002년 새천년민주당 국민참여 경선에 출사표를 던지고 전국을 뒤흔든 실화를 담은 다큐멘터리. 지지율 2%의 꼴찌 후보가 대선후보 1위를 넘어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전한다. 유시민 작가, 안희정 충남도지사, 배우 명계남 등 노무현과 관련 깊은 서른아홉 명을 만나 인간적인 면면도 두루 조명한다.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으로는 부족함이 없으나, '노무현 정신'의 본질을 일깨울 정도는 아니다. 정치가로서의 면면을 재해석하거나 새롭게 접근하는 시도가 없다. 영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경선 과정도 순서에 따라 편집된 뉴스의 재탕에 불과하다.
# 파블로 라라인 감독,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ㆍ루이스 그네코 주연 '네루다' ★★★☆
권력에 저항한 정치인이자 시인 파블로 네루다(루이스 그네코)가 정부의 감시를 피해 은둔생활을 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전통적인 전기영화와 달리 허구의 비밀경찰 오스카(가엘 가르시아 베르날)를 통해 네루다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서스펜스에서 비롯된 긴장과 네루다의 문학ㆍ정치적 이야기가 어우러져 몰입을 유도한다. 다양한 문제들을 농담과 패러디로 가공하면서 정곡을 찌르는 솜씨도 일품. 영화가 전개되면서 오스카의 정체가 밝혀진 뒤로는 네루다가 어떤 인물인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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