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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라이트]작은 이야기에서 꽃을 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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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반짝반짝 새로 뜨는 별 '임화영'

[라임 라이트]작은 이야기에서 꽃을 피우다 배우 임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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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출연작만 4편 '여교사'·'루시드 드림'·'어느 날'·'석조저택 살인사건'
'석조저택 살인사건'서 고수 아내로 주연급 부상 "진심으로 이석진을 사랑했다"
주연에 밀려 영화마다 아쉬운 편집 "진짜 중요한 것은 배역에 딱 맞는 연기죠"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배우 임화영(33)은 충무로의 샛별이다. 올 상반기 개봉한 출연작만 네 편이다. '여교사', '루시드 드림', '어느 날', '석조저택 살인사건.' 각기 다른 얼굴로 이야기에 스며든다. 그 안에서 그녀는 늘 주연이다. 작품에서 부각되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세계를 구상하고 또 하나의 작은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카메라의 초점과 화각에서 비켜 있어도 배역에서 떨어지지 않는 억척꾸러기이다. "다양한 경험을 쌓았지만, 여전히 배역으로서 감정을 풀어나가기가 쉽지 않아요. 비중이 낮더라도 새로운 경험을 귀하게 받아들여 제대로 표현하고 싶죠."


[라임 라이트]작은 이야기에서 꽃을 피우다 영화 '여교사' 스틸 컷

바람은 남자고등학교 교사 이윤미로 출연한 여교사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같은 계약직교사 효주(김하늘)와 이사장의 딸인 정교사 혜영(유인영)의 충돌을 관객의 눈으로 보는데 머물지 않는다. 효주와는 다른 얼굴로 계약직교사들의 심정을 대변한다. 교감(정석용)의 호출에 긴장해 침을 꼴깍 삼키고,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긴장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다. 혜영이 처음 등장하는 신에서는 효주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이과 정규직 자리 나면 효주 선생님 차례 아니에요? 너무한다. 정말." "그러게." 효주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하던 그녀는 조금씩 변해간다. 수학여행에서 효주가 만든 김밥을 먹는 신이 대표적이다. 음식 솜씨를 치켜세우며 효주의 기분을 맞춰주다가도 혼자 있는 혜영을 보고 빨리 오라며 연거푸 손짓한다. 김밥을 직접 챙겨주며 호감을 보이는데, 그녀에게 잘 보여야겠다는 속내를 애써 감춘다. 효주보다 훨씬 유연한 대처로 계약직교사의 심정에 다가간다. "얼마 안 되는 분량이지만, 계약직교사들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 싶었어요. 영화에서 부각되진 않지만, 이윤미에게도 그녀만의 이야기가 있잖아요. 그 변해가는 흐름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려고 애를 썼죠."


[라임 라이트]작은 이야기에서 꽃을 피우다 영화 '루시드 드림' 스틸 컷


영화는 그녀의 노력에 부응하지 못한다. 계약서를 받는 신에서 "반찬들이 입에 좀 짜지?"라는 교감의 물음에 임화영은 "아니요"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이어지는 컷에서 얼굴은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계약서를 받으면서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감사합니다"라는 말도 온전히 담기지 않는다. 그래서 계약서를 바라보는 다음 컷이 어색하게 붙는다. 주연들의 연기에 중점을 두고 편집하다 보니 생긴 흠. 비교적 분량이 적은 루시드 드림에서도 발견된다. 임화영은 생명이 위독한 최경환(전석호)의 아내로 출연한다. 간호사가 다급하게 뛰어가며 "704호"라고 하는 말을 듣고 병실로 급박하게 이동한다.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초조한 얼굴로 심폐소생술을 받는 남편을 바라본다. 이 신에서 임화영은 정면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을 표현한다. 그러나 이어지는 컷이 그녀의 시선을 고려하지 않아 어색하게 연결된다. "열심히 준비한 연기가 제대로 실리지 않으면 당연히 속이 상하죠.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요. 하지만 주연보다 중요한 조연은 없잖아요.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경험이 쌓인다면 더 나아지겠죠."


[라임 라이트]작은 이야기에서 꽃을 피우다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 스틸 컷


주연에 눈길이 갈 만도 한데 임화영은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단역이든 조연이든 모든 배역을 같은 마음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너무 긍정적인가요? 마음을 비워서 그런 듯해요. 여느 배우들처럼 고민은 있지만, 지금 이 순간 주어진 배역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거기에 집중하다 보면 분량이나 작품에서의 중요도 같은 문제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져요." 영화에서 비중이 커질수록 신경 쓸 일은 많아진다. 난감한 상황에 직면해 표현에 애를 먹는 경우도 잦아진다. 임화영에게는 지금이 그런 시기다. 강수(김남길)의 아내 선화를 연기한 어느날에서 그녀는 불치의 병에 걸려 신경질을 부린다. 퇴원하고 돌아온 집에서 휠체어에 앉아 담배를 태우는데, 가슴 위쪽에 자해를 한 흔적이 선명하다. 강수가 담배를 뺏어버리자 선화는 흥분한다. "하나 핀다고 뭐가 달라져? 이제 이런 것도 못하게 하니?" 강렬한 대사지만 감정은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병원에서부터 신경이 예민하게 곤두섰는데, 그녀의 방이 우렁각시라도 다녀간 듯 깨끗하다. 화를 내는 선화의 왼쪽에 옷들이 가지런히 걸려 있고, 뒤에는 다리미와 다림판이 놓여 있다. 자해까지 한 사람이 담배를 태우는 공간으로 부적합해 보인다. "그런 부분까지 고려할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선화의 감정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지에만 몰두했죠. 촬영장에서 마주하는 모든 상황을 꼼꼼히 살펴야겠어요. 그에 따라 대사나 표정도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라임 라이트]작은 이야기에서 꽃을 피우다 영화 'Fiction & Other Reality' 스틸 컷


이석진(고수)의 아내 정하연으로 출연한 석조저택 살인사건에서 표현은 한층 세밀해졌다. 그동안 그린 작품들에 비해 분량이 크게 늘었는데도 정체가 불분명한 여인의 묘한 분위기를 끝까지 조성한다. 임화영의 철저한 계산이 뒷받침된 결과다. 정하연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했는지 의심하는 이석진의 혼란을 유도하기 위해 촬영 기간 내내 고수와 거리를 두고 지냈다. 고수가 개봉 이후에도 "화영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멜로 신에 임했는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 임화영은 "카메라 불이 켜질 때마다 이석진을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했다. "팜므파탈처럼 보였을 수 있지만, 정하연의 마음은 진심이었어요. 고수 오빠에게 들켜버리면 긴장이 깨질 것 같아 촬영장 밖에서도 표정을 관리하고 다녔어요. 때로는 작은 차이가 큰 결과를 만드는 것 같아요. 더 많은 경험으로 완숙한 연기를 선보이고 싶어요." 그녀는 어린아이처럼 생글생글 웃으며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1995년)'에서 메릴 스트리프(67)가 연기한 프란체스카 존슨을 떠올렸다. 언젠가 꼭 도전하고 싶은 배역이란다. "스트리프가 섬세한 표정으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잖아요. 그녀처럼 미세한 변화까지 찾아내 그리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아직 멀었지만,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겠죠?"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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