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 두번째 출석…오늘도 '남색정장·올림머리'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문제원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오전 이틀 만에 다시 법정에 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번에도 지난 23일 첫 출석 때와 같은 남색 재킷에 청색계열 바지차림으로 오전 9시2분께 호송차에서 내렸다. 왼쪽 옷깃에는 수인번호가 적힌 수용배지를 달았다. 플라스틱 집게핀을 이용한 약식 올림머리도 그대로였다.
박 전대통령은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이었고, 수갑을 찬 손을 가리지도 않았다. 정치적 박해를 당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해 동정여론을 이끌어내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 대법정에서 열린 재판은 10시에 시작됐다. 법정 출입구 앞 경찰과 법정 내부 경호 인력은 첫 재판 때보다는 줄었지만, 방청석은 가득찼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 등 대기업에서 총 592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ㆍ약속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선 박 전 대통령만 참석한 가운데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된 서증조사가 진행됐다. 서증조사는 검찰이 재판부에 신청한 증거 중 박 전 대통령 측의 동의를 얻어 채택된 것들을 법정에서 현출해 설명하는 절차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가 12만쪽 분량의 사건기록 검토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서증조사 개시에 이의신청을 했으나 재판부는 재판일정 등의 이유를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대기업의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요 등의 혐의로 이미 기소된 최순실(구속기소)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심리를 시작해 이미 서증조사와 상당수 증인신문을 실시한 상태다. 때문에 이날은 뒤늦게 재판을 시작한 박 전 대통령을 대상으로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다른 재판에서 이미 증거력이 보장된 진술조서나 법정증언 녹취록 등이 서증조사 대상이 됐다.
박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제시한 대부분의 증거에 대해 부동의 의사를 밝혔다. 다만 재판부가 지난 공판에서 신속한 절차 진행을 위해 동의할 부분은 가능한 한 빨리 알려달라고 요청한 만큼 이날 박 전 대통령 측이 추가로 증거 동의 여부를 밝힌다.
오는 29일, 30일에 열리는 재판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공범으로 기소된 '삼성 뇌물수수' 사건 증인 신문이 진행된다. 이후 6월1일에는 미르ㆍK스포츠재단 관련 심리가 진행된다.
첫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가 삼성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된 153명의 진술증거를 부동의해 향후 공판에서 100명이 넘는 증인신문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뇌물혐의는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18개 범죄사실 중 법정형이 가장 높기 때문에 공판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관계 및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부정한 청탁을 집중적으로 입증하며 유죄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박 전 대통령 측은 최순실씨의 범죄사실과 선을 긋고 '사익을 추구한 적 없다'는 논리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