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이재용(구속기소)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 사건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가 이 부회장에 대한 판결선고 시점을 박근혜(구속기소) 전 대통령 선고 시점에 맞추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이 부회장은 오는 8월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석방될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의 구속 기한은 오는 8월28일이다. 재판부가 이 기간 내에 선고를 내리지 않고 검찰의 추가기소 등 특별한 사정이 생기지 않으면 이 부회장은 일단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된다. 이후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하면 이 부회장은 원칙적으로 법정구속되고, 실형이 아닌 형이나 무죄 선고가 나오면 불구속 상태가 유지된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막 정식공판을 받기 시작한 박 전 대통령 선고 전에 이 부회장 혐의에 대한 판단을 내리면 박 전 대통령 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 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을 심리하는 같은 법원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현재 박 전 대통령과 공범 관계인 여러 피고인의 1심 재판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광고감독 차은택씨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이다.
이 재판부는 "공범 중 일부에 대해서만 선고를 내리는 것은 부적절하고 공범인 박 전 대통령의 내용까지 심리ㆍ검토해 똑같은 하나의 결론을 내려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박 전 대통령 사건 심리를 마칠 때까지 선고를 미루기로 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은 '필요적 공범관계'"라면서 "혹시라도 이 부회장에 대한 유죄 결론이 미리 나오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유죄를 예단하게 만든다는 논란이 생길 수 있다. 무죄인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이는 형사소송상 '예단 배제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시비를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 구속 기한은 오는 10월16일이다. 박 전 대통령 재판부는 기한 내에 선고를 내리는 것을 목표로 한 주에 서너차례 공판을 여는 강행군을 준비하고 있다.
이 부회장 구속기한 전에 박 전 대통령 선고가 나올 수도 있지만 혐의의 내용이나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박 전 대통령의 입장 등을 감안하면 가능성은 매우 낮고, 심지어 구속기한에 맞추는 것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이 불구속 상태로 박 전 대통령 재판 진행을 지켜볼 여지가 있다는 전망의 배경이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재판을 두 개 재판부가 각각 맡았기 때문에 이 같은 고려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