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기록 데이터를 머신 러닝으로 학습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내놓은 '2017 세계보건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자살률은 조사 대상 183개국 중 4위를 기록했다. 인구 10만명 당 자살자 수가 28.4명으로 2010년(34.1명)에 비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OECD 회원국 중에서는 13년째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공지능(AI)으로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흥미롭다. 미국 NBC는 23일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 심리학자이자 연구원인 제시카 리베로가 동료들과 함께 인공지능으로 환자의 자살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고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이 연구 결과는 임상심리학 과학 저널 최근호에 게재됐다.
우울증이나 약물 오·남용과 같은 잘 알려진 몇몇 요인들로만 어떤 사람의 자살 가능성을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입력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머신 러닝(기계 학습)이 가능한 인공지능이라면 여러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자살 현상에 대해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리베로 연구원은 바로 이 점에 착안했다.
리베로는 “인간으로서 우리는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어떤 요인에 주목해야 하는지 알 수 있기를 바라지만 그건 마치 그림에서 어떤 붓질이 가장 중요했는지 찾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리베로의 연구 결과, 인공지능은 특정 인물이 향후 2년 이내에 자살 시도를 할 것이라고 예측하는데 80%의 정확도를 보였고, 다음 주 내로 자살 시도를 할 것인가에 대해 92%의 정확도를 보였다.
이 결과는 연구원들이 약 3200명의 익명의 건강 기록 데이터를 입력하고 머신 러닝을 통해 알고리즘을 훈련시킨 후 나온 것이다. 이 알고리즘은 약물 복용이나 응급실 방문 횟수 등 자살로 이어지는 여러 요인들의 복잡한 조합들을 탐색하면서 패턴을 학습했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은 해열진통제로 알려진 아세트아미노펜과 같은 약 복용도 역시 자살과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이런 행동 자체가 자살 위험 요인으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
리베로는 자살 위험이 큰 개인들을 찾아 도울 수 있는 일정한 툴을 개발해 일반 클리닉과 응급실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차기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아시아경제 티잼 박혜연 기자 hypark1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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