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베이비 붐(Baby Boom)."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가 정규리그에서 우승했다. 스페인 현지 매체들이 쏟아내는 기사들 중 가장 눈길을 끄는 표현이다. 스페인 대중지 '아스'는 "레알의 우승의 이면에는 '베이비 붐'의 활약이 있다"고 했다.
베이비 붐은 레알에서 특별하게 만들어진, 일종의 특공대. 지네딘 지단 레알 감독(45)이 젊은 선수들로 구성해 만들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2)와 같은 스타는 없다. 선수는 마르코 아센시오(21), 알바로 모라타(25), 마테오 코바치치(23), 루카스 바스케스(26) 등 일곱 명. 평균 나이는 25.1세다. 이 때문에 스페인 언론들은 '베이비 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단 감독은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 프리시즌 훈련 때부터 "올 시즌 우승을 위해서는 한 두 명의 스타가 아니라 선수 스물네 명의 활약이 모두 중요하다"며 따로 베이비 붐을 구상했다. 플랜B의 개념이다. 베이비 붐에 있는 선수들은 모두 팀에서 확실한 주전이 아니다. 하지만 지단은 이들을 과감히 선발로 내세워서 중요한 승리들을 따냈다. 때로는 호날두, 카림 벤제마(30) 등 주축 선수들과도 조화를 이루도록 해 시너지 효과를 냈다.
베이비 붐의 영향력은 기록을 보면 안다. 호날두 등 주전들을 다 빼고 단순히 이들로만 선발 멤버를 짠 정규리그 다섯 경기에서 레알이 모두 이겼다. 터트린 골은 스물한 골로 공격력도 만점이었고 경기당 평균 2781개 패스, 점유율 58%를 기록하기도 했다.
주전 선수들과 뛸 때도 이들의 영향력은 컸다. 레알이 정규리그에서 터트린 골은 총 106골. 아스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베이비 붐 일곱 명이 만들어낸 공격포인트가 마흔다섯 골과 마흔한 개 어시스트였다. 약 81.1% 수준. 이 일곱 명의 발끝에서 레알의 골이 모두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레알은 특급스타 호날두가 있다. 호날두만 믿었다면 레알은 우승할 수 없었을 것이다. 호날두의 개인 기록은 이번에도 훌륭하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스물다섯 골, 국왕컵,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마흔 골을 넣었다. 그는 일곱 시즌 연속 마흔 골을 넣는 기록도 세웠다.
하지만 생산성, 기여도는 낮았다. 영국 축구전문매체 '골닷컴'은 올 시즌 호날두가 없을 때 레알 승률(76.5%)이 있을 때 승률(76.1%)보다 근소하게 높았다고 했다.
호날두는 이제 나이가 서른둘. 전성기시절처럼 화려한 드리블과 강력한 중거리슈팅을 자주 때릴 수 없다. 체력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했던 시기. 지단 감독은 알고 있었다. 호날두와 이야기해 중요한 경기는 반드시 출전하는 한편 몇몇 경기는 쉬기로 했다. 경기 스타일도 드리블을 줄이고 골문 앞에서 머물도록 했다. 호날두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서른여섯 경기를 뛰었지만 올 시즌은 스물아홉 경기였다.
지단 감독은 그런 한편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플랜B로 호날두가 뛰지 못할 경기들을 미리 대비했고 성과를 냈다. 지단 감독은 "우리는 주전과 비주전 가릴 것 없이 모든 선수들이 우승의 열쇠가 되어 줬다"고 했다.
스페인 아스는 이 베이비 붐 선수들을 "하얀 클럽의 미래(Futuro del equipo blanco)"라고 했다. 레알의 10년을 책임질 선수들. 레알은 올 시즌 구단 통산 서른세 번째 정규리그 우승과 함께 미래도 챙겼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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