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자유한국당이 오는 7월3일 전당대회를 열고 정우택 원내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한국당 내 당권 경쟁이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와 친박(친박근혜) 간의 구도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정 원내대표는 연말까지 원내대표 임기를 채우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친박에서는 원내대표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어 갈등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정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저는 이번에 차기 전당대회 지도부 선출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는 개인적인 보고를 말씀드린다"며 불출마를 공식화했다.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는 오는 7월3일 개최하기로 결정됐다.
차기 당권주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정 원내대표가 불출마 의사를 밝힘에 따라 당내 '홍준표 대표론'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홍 전 지사는 당권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당 개혁과 쇄신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보였다.
홍 전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친박을 "한국 보수세력을 망가지게 한 세력"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이 탄핵된 세력이 또다시 준동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는다"며 "몇 안 되는 친박이 한국당의 물을 다시 흐리게 한다면 당원들이 나서서 그들을 단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친박계는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선 참패 당시 지도부인 정 원내대표가 그대로 직을 유지하고 홍 전 지사가 당권에 도전하는 것은 정치적 도의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정 원내대표의 '친박 배제' 언급을 두고 "차기 지도부에서 친박이 배제돼야 한다면 가장 먼저 배제돼야 할 사람이 정 권한대행"이라며 "대선 패배에도 책임을 지지 않고 원내대표직을 계속하고 싶다면 투표로 의원들의 재신임 여부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내 정국 대응이 막중 한만큼 인사청문회, 각종 협상과 입법과제 대처 등 제게 주어진 책무에 전념할 것"이라며 "또 당 대표 권한대행으로서 차기 전당대회 준비 등을 책임 있게 완수해 나가겠다"고 강조하며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때문에 차기 전대 전까지 원내대표직 유지를 두고 당내 갈등은 계속 증폭될 전망이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