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대차그룹이 공시를 통해 지주회사 전환 추진설을 부인했지만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감안할 때 지주회사 전환은 시간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돼 있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지분 20.8%를 보유하고 현대차는 기아차의 33.8%를, 기아차는 다시 현대모비스의 16.9%를 보유하는 방식이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 6.96%와 현대차 5.17%를 갖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현대모비스의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있고 현대차 2.3%, 기아차 1.7%만을 가지고 있다.
◆현대차그룹 3사 인적분할 유력= 증권가에서는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현재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3개 회사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한 후 투자부문을 현대차그룹홀딩스로 합병하는 것이 가장 유력한 안으로 꼽힌다. 그 다음 절차로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차그룹홀딩스의 합병 또는 정의선 부회장 보유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현대차그룹홀딩스에 현물출자하는 방안을 통해 정 부회장의 지배권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렇게 되면 순환출자가 해소되는 동시에 현대차그룹홀딩스의 경우 순환출자 지분만큼 각각의 사업부문 자회사를 거느리게 된다"고 분석했다.
다음으로는 현대모비스의 지주회사 전환이다.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해 정 부회장이 지주회사 지분 16.9%를 취득하고 지주회사는 현대모비스 사업회사의 지분 16.9%를 취득하는 것이다. 이 방안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유력하게 보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은 이상적이나 합병 시점 시 오너 일가의 지배력 공백, 개별적인 3사의 주주총회 통과 여부 등을 고려 시 쉽게 결정하기 힘든 사안"이라며 "현대모비스 단독 인적 분할 시 비용 측면에서 가장 유리하고 지배력도 견고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3월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가 현대차가 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현대차가 지주회사가 될 경우 상징성, 배당 등 재무적 여력, 브랜드 로열티 등에서 장점이 있는 반면 현대모비스가 지주회사가 되는 것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든다. 또한 현대모비스가 기아차의 자회사(손자회사)가 되기 때문에 현대모비스의 배당이 지주회사로 직접 지급되지 못하게 된다.
◆금융계열사 지분 해소 등 과제= 지주회사 전환 뒤에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계열사 지분을 해소해야 한다. 지주회사의 금융사 보유를 금하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주회사 전환 이후 금융사 지분을 최장 4년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 현대캐피탈, HMC투자증권 등이 대상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공시를 통해 지주회사 전환 추진을 부인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 새 정부의 정책 등을 감안할 때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이슈는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이라며 "새 정부의 규제나 법이 정해지면 이에 맞춰서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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