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13억 인구를 가진 인도가 거대한 코끼리에서 달리는 사자로 변했다. 이전까지 인도는 중국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지만 현재는 전 세계 경제인들이 몰려드는 미래 경제의 중심지로 주목받고 있다.
인도 최대의 도시 뭄바이에는 국내외 경제인들이 모여들며 도심지의 30평형대 아파트 임대료가 월 500만원을 넘어섰지만 이마저도 구하기 어렵다. 1인당 연평균 소득이 2000달러 이하인 나라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지금의 인도다. 2014년 5월 집권한 모디 총리는 세제개혁에 이어 화폐개혁까지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에 2014년부터는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7%를 넘어서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로 부상했다.
모디 총리가 주도하는 모디노믹스에는 국토 및 도시인프라에 대한 거대 계획이 담겨있다. 2021년까지 스마트시티 100개를 건설하고, 서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제조 강국 인도(Make in India)'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성장 기반을 위해서는 육상과 항만, 공항 교통인프라 구축이 불가피하다. 제조 공장을 돌리기 위해서는 전력인프라 구축도 피할 수 없다. 국내 건설업체에 있어 인도의 거대한 인프라 시장은 좋은 기회이다. 2015년 양국 정상회담시 채택된 특별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위한 공동성명에는 스마트시티 발전을 위한 협력과 이를 위한 금융 협력 강화도 포함됐다. 이는 사회기반시설 건설 분야에서 한국의 경험과 지식을 받아들이고 싶어하는 인도측의 의지 표명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현재 인도의 국토인프라 종합 충족도는 우리나라의 약 62%로 낮은 편이다. 행정수도인 뉴델리와 경제수도인 뭄바이를 잇는 고속도로나 철도 등 간선교통망의 충족도 역시 한국의 55%에 불과하다. 공항과 항만인프라의 충족도는 우리의 약 20%대에 머문다. 인도 전체 대외 물동량의 70%를 소화시켜야 하는 뭄바이 항만의 하역처리 능력은 부산항의 27%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열악하다. 전력은 대도시와 산업단지에서 필요한 만큼 쓴다고는 하지만 연간 50억kW의 전력을 수입해야 할 만큼 전력난이 극심하다. 도시 인구 비중이 약 33%로 낮지만 2010년부터 매년 2.4%씩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몰려든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도시인프라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스마트시티 100개 건설도 당장의 도시인프라 문제를 완화시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 뿐이라는 게 현지에서 내린 결론이다.
인도 인프라 시장을 외면했던 국내 건설업체의 생각이 바뀌어야 함을 현지 체험을 통해 확인했다. 지금의 인도는, 차세대 중국이나 2014년 이전의 인도가 아니다. 인도 시장은 알면 알수록 기회가 넓어지지만 중국 시장은 알면 알수록 빨리 빠져 나와야 한다는 게 통설이다. 인도는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대우가 적고 문화를 수용하는 것도 중국보다 훨씬 유연하다.
한국 건설이 인도시장을 외면하더라도 인도는 대안을 찾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해외인프라 시장을 한국의 경제영토화 하기 위해 국가 어젠다로 격상시켰다. 최근 관계부처ㆍ업계ㆍ전문가 간 해외 인프라 수주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 3월에 수주한 터키의 차네칼레교 수주도 이런 전략의 연장선이다.
해외인프라 시장은 개별 기업이 아닌 국가 대항전으로 변했다. 국가와 기업이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된 것이다. 이제 해외인프라 시장은 청년들에게 무한한 도전의 무대가 될 것이다. 투자개발형 해외인프라 시장은 지혜와 지식이 총동원되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이다. 건설이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해외인프라 시장을 넓혀가야 할 시점에 도달해 있다.
이복남 아시아인프라협력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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