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공공시설물은 43.7%
-지방세 감면기간·폭 확대, 층수·재건축 용적률 완화 등 행정지원 필요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경북 경주 지진 이후 정부가 신축 건축물의 내진설계를 강화하고 나섰지만 기존 건축물의 내진 성능은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시설물의 내진율이 그나마 절반 가까이 되고 민간 건축물은 단 7%에 그치고 있다. 세제·금융 지원, 용적률 완화 등의 혜택을 확대해 지진에 특히 취약한 민간 건축물의 내진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르면 오는 8월부터 신축 주택은 층수나 면적에 상관없이 내진설계를 해야 한다. 주택이 아닌 건축물의 경우 내진설계 의무 대상이 연면적 200㎡ 이상으로 강화된다. 지난 2월 내진설계 의무 대상을 2층 이상, 연면적 500㎡ 이상 신축 건축물까지 확대한 데 이어 한 발 더 나아간 조치다.
그러나 기존 건축물의 내진율은 수년째 제자리 수준이다. 국민안전처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공공시설물의 내진율은 43.7%에 그쳤다. 시설물별로는 송유관이 유일하게 내진율 100%를 달성했다. 이어 발전용 수력·화력 설비 등(88.8%), 도시철도(81.4%), 공공하수처리시설(78.3%), 가스시설(78.3%), 항만시설(66.8%) 등의 순이었다. 반면 철도시설(41.8%), 공공건축물(36.2%), 어항시설(33.1%), 학교시설(23.1%)은 평균에도 못 미쳤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부가 계획 하에 기존 공공시설물 내진보강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처 합동으로 2045년까지 10만5000여개 공공시설물의 내진 보강을 완료하기로 했다. 현재 7294개 공공시설물의 내진율 49.3%를 목표로 2단계(2016~2020년) 사업이 진행 중이다. 5년간 투입되는 예산만 1조738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민간 건축물이다. 전체 698만동 가운데 내진 성능이 확보된 건축물은 7%에 불과한 48만동 규모다. 게다가 민간 건축물의 경우 내진 보강이 자발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정부가 제시한 유인책도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내진 성능을 갖추기 위해 건축물을 신축·증축·개축·재축하거나 이전할 경우 취득세를 50%, 해당 건축물에 대한 재산세를 5년간 50% 경감해주고 있다. 2015년 재산세 감면 실적은 4곳, 660만원에 불과하다.
강력한 인센티브를 줘 내진보강사업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산세는 연간 수십만 원에 불과한 반면 내진 보강에 드는 비용은 수천만 원이라 세제 지원의 실효성이 낮다"면서 "지방세 감면 기간이나 감면 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진 보강을 전제로 한 재건축·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층수·용적률 규제 완화 등 행정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낡은 건물의 내진 성능을 확보하려면 단순한 개·보수보다는 재건축을 통한 내진 성능 확보가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밖에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한 대출, 재난관리기금 등 기금 운용 방안 확대 등이 자금 지원 방안으로 거론된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민간이 운영하는 병원, 유치원 등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지자체가 내진성능평가나 내진보강공사를 권고하는 수준"이라며 "내진 보강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국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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