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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사건 1주기…CCTV 설치보다 ‘인식의 변화’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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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사건 1주기…CCTV 설치보다 ‘인식의 변화’ 절실 지난 해 5월 24일 강남역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모씨가 서울 서초구 강남역 주변 건물 화장실에 서 현장 검증을 하고 있다/사진=백소아 기자 sharp204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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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가 심각한 수준의 조현병을 앓고 있는 만큼 이번 범행의 동기가 여성 혐오 살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5월 17일 강남역 인근 노래방 화장실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칼로 무참히 찔러 살해한 남성에 대한 경찰의 수사 결과 내용 중 일부다.


경찰은 해당 사건이 ‘여성혐오범죄’와 연관성이 없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당시 피의자 A씨(34)가 "여자들에게 항상 무시당했다"고 진술한 것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분열됐다. 한국 사회는 ‘묻지마 살인 ’, ‘조현병에 따른 살인’이라는 의견과 명백한 ‘여성혐오범죄’라는 의견이 충돌했다.

사건이 발생한지 1년이 지난 오늘(17일), 피해자에 대한 추모 열기가 일었던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남역 살인사건 1주기…CCTV 설치보다 ‘인식의 변화’ 절실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한 노래방 인근의 강남역 10번 출구. 시민들은 10번 출구에서 추모 집회를 열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10번 출구서 만난 시민들, “문재인 정부, 여성 치안대책 마련” 당부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만난 시민들은 한결같이 ‘여성 치안대책 마련’, ‘사회 인식의 변화’를 강조했다.


이모(27·여)씨는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는데, 벌써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지는 것 같다” 아쉬운 마음을 토로했다. 이씨는 여성대상 범죄에 대해 사람들이 조금 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여자분들이 이런 강남역 살인사건 같은 사건이 있었으니까, 더 불안하게 됐다"며 "사람들 사이에 인식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조금 더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게 변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규제가 됐든 인식이 됐든”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27·여)씨는 “사건이 일년이 됐다고 하는데 정권이 바뀌었으니 조금 더 안전이나 치안 문제에 신경을 써주셨으면 좋겠다”며 문재인 정부의 여성 치안대책 마련을 당부했다.


강남역 살인사건 1주기…CCTV 설치보다 ‘인식의 변화’ 절실 지난해 '강남역 살인사건' 당시 강남역 10번 출구에 마련된 피해 여성을 위한 추모공간/사진=아시아경제DB



◆CCTV 설치에 앞서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한 인식 변화’ 절실


당시 사건이 발생한 서초구는 유사 범죄 재발 방지에 나서고 있다. 서초구는 지난해 6월부터 관내 전체 공공·상업용 건물 1049동의 화장실을 직접 방문해 전수조사하고, 8억2000여만원을 들여 비상벨 348대와 CCTV 39대를 설치했다고 16일 밝혔다.


화장실에 비상벨과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등 여성이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데 예산 39억여 원을 집행한다. 1년 전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노래방 건물의 해당 화장실은 남녀 출입구를 따로 나누고, 비상벨을 설치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책에 앞서 인식 변화를 강조했다. 14일 한 페미니즘 단체 관계자는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년전 강남역 10번 출구 추모 열기에서 포스트잇으로 터져 나온 여성들의 목소리는 한마디로 ‘여성이라서 당한 일’이라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여성이기 때문에 희롱당하고 죽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인데, '길에 CCTV를 달아줄게' 같은 답은 동문서답이다”고 지적했다.


중앙대 이병훈 사회학과 교수도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강남역 살인사건은) 여성혐오를 포함한 여성 문제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성을 바라보는 차별적 시각과 정책에 큰 변화가 없다" 면서 "여전히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시선에서 여성 이슈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남역 살인사건 1주기…CCTV 설치보다 ‘인식의 변화’ 절실 사진='강남역 살인사건 공론화' SNS에 올라온 사진



◆피해자 부모, 가해자 상대로 5억원 손해배상 소송…여성단체 이날 추모집회


한편 ‘강남역 살인사건’ 피해자 부모는 징역 30년이 확정된 범인 A(35)씨를 상대로 5억여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6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따르면 A씨에게 살해된 B씨의 부모는 지난 11일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 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B씨 부모는 소장에서 “B씨가 기대여명보다 60년 이상 이른 나이에 사망했고, 딸의 살해소식에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렵게 됐다”면서 “B씨가 60세까지 얻을 수 있었던 수익 3억 7000여만원과 정신적·육체적 위자료 2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여성·인권단체는 서울 시내 곳곳에서 사건 발생 1주기 추모 집회를 연다. 범페미네트워크는 오늘 오후 7시 신논현역 6번 출구 앞에서 '우리의 두려움은 용기가 되어 돌아왔다'는 주제의 추모 문화제를 개최한다. 참가자들은 희생자를 추모하는 취지로 검은색 옷을 입고 강남역 10번 출구까지 600여m를 행진할 예정이다.


'5·17강남역을기억하는하루행동'은 17일 정오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다시 포스트잇을 든다'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연다. 이후 오후 3시 신촌 유플렉스 광장과 오후 5시 홍대 걷고싶은거리(홍대입구역 8번 출구)에서도 추모 행동을 이어간다.


* 참조 - 강남역 살인사건은? 평소 조현병을 앓고 있던 한 남성이 2016년 5월 17일 오전 0시33분께 강남역 근처 노래방 공용화장실에 들어가서 대기하고 있다가 남성 6명은 그냥 보내고 약 30분 뒤인 오전 1시 7분에 들어온 여성 (사건당시 23세)을 칼로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4부는 2016년 10월 14일 피의자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이어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는 2017년 1월 12일에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이 선고한 징역 30년을 유지했다. 이후 대법원은 2017년 4월 13일 상고심에서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징역 30년을 확정했다. 또 치료감호와 20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도 그대로 유지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범행의 중대성과 계획성, 피고인의 책임능력 정도 등과 양형기준을 토대로 1심이 정한 형량을 검토했다. 심신미약을 고려해 징역 30년으로 감경한 것이 너무 무겁거나 가볍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아시아경제 티잼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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