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원거리 탐지 기술 개발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21세기를 규정하는 단어 중 하나로 '방사능 시대'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닙니다. 방사능 물질은 의학적 치료 목적이나 원자력발전소, 생명공학 등의 순수과학 목적 등으로 현 인류에게 필수적입니다. 문제는 뜻하지 않은 사고, 불순한 목적을 가진 방사능 물질의 유출 등으로 큰 위협이 된다는 점입니다. 치명적 결과를 초래합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폭발,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는 핵무기 개발 등 도처에 방사능 위협은 도사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원전이 많고 북 핵실험 등이 이어지고 있어 불안감이 높은 게 사실입니다.
국내 연구팀이 방사능 물질을 현재 존재하는 탐지기보다 훨씬 먼 거리에서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조무제)은 유니스트(UNIST) 물리학과 최은미 교수 연구팀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고출력 전자기파'를 이용해 원거리에서 방사능 물질을 실시간으로 탐지할 수 있는 기법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전자기파는 가시광선, 적외선, 자외선, x선 등 전자기적 과정에 의해 방사되는 에너지를 말합니다.
연구팀은 원거리에서 방사능 물질을 탐지해 내기 위해 강력한 전자기파 발생장치를 개발했습니다. 방사능 물질 주변에 고출력 전자기파를 쪼였을 때 발생하는 플라즈마에 해답이 있었습니다. 플라즈마 생성 시간을 분석해 방사능 물질 유무를 파악해 내는 원리입니다.
연구결과 기존 기술로는 측정이 불가능했던 원거리에서 방사능 물질을 감지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기존 이론 대비 4800배 높아진 민감도를 통해 아주 작은 양의 방사능 물질의 탐지가 가능하게 됐습니다.
현재 존재하는 대표적 방사능 탐지 기술 중 하나인 가이거 계수기(알파선, 베타선, 감마선과 같은 이온화 방사능을 측정하는 장치)는 방사능 물질로부터 방출된 고에너지 감마선, 알파선 등이 계수기에 직접 도달해야 측정할 수 있습니다. 이 기술로는 탐지거리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전자기파는 원거리까지 탐지가 가능합니다. 이런 전자기파의 원리를 이용하면 탐지거리를 기존기술로는 불가능한 영역까지 늘릴 수 있습니다.
원거리에서 방사능 유출, 핵무기 개발, 핵무기 테러 등 각종 방사능 활동을 탐지할 수 있습니다. 방사능 비상사태에 보다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데 이번 연구결과의 성과입니다.
최은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적어도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원거리에 존재하는 방사능 물질을 강력한 전자기파 발생장치를 원거리에서 쪼여 비파괴적으로 실시간 방사능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라며 "로봇도 접근할 수 없는 후쿠시마와 같은 고방사성 환경 탐지, 방사능 물질을 이용한 테러 활동의 감시, 원전 이상 사태 등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5월9자(논문명 : Remote detection of radioactive material using high-power pulsed electromagnetic radiation)에 실렸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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