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발견한 외계행성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넓고 넓은 우주에 별은 많지요. 별(항성)을 찾고, 그 별을 공전하는 행성을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별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행성을 찾은 천문학자는 '심봤다!'라고 외칠 수도 있습니다.
국내 연구팀이 지난달 26일 '태양-지구'의 관계와 비슷한 여건을 가진 외계행성을 발견했습니다. 이 행성은 '작고 차가운 별'을 약 1.16AU(1AU는 태양과 지구 거리인 약 1억5000만㎞) 떨어져 공전하고 있다고 합니다. 질량도 지구의 약 1.43배로 비슷했습니다. 더욱 관심이 가는 대목이지요.
외계행성을 발견한 주인공은 한국천문연구원입니다. 연구원의 외계행성 탐색시스템(KMTNet, Korea Microlensing Telescope Network)을 이용해 찾아냈습니다.
◆차갑고 작은 별에도 행성이 있었다=외계행성은 태양계 밖 우주에 있는 다른 별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을 의미합니다. 연구팀이 이번에 발견한 외계행성(OGLE-2016-BLG-1195Lb)은 지구 질량보다 큽니다. 위치로 따지면 지구와 약 1만3000광년 떨어져 있습니다. 중심 별은 태양 질량의 7.8% 밖에 되지 않는 매우 작고 차가운 별입니다. 외계행성은 이 별에서 약 1억7000만㎞ 떨어진 거리에서 공전하고 있습니다.
중심별까지의 거리는 지구와 비슷한데 중심별이 태양보다 차가워 행성의 표면온도는 태양계 외곽의 명왕성보다 낮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얼음덩어리(Iceball) 행성으로 추정됩니다.
연구팀은 KMTNet 시스템을 이용해 우리은하 중심부 영역을 약 9분 간격으로 매우 조밀하게 모니터링 했습니다. 미시중력렌즈현상에 의해 약 2.5시간 동안 일시적으로 밝기가 변하는 현상을 확인했습니다. 이를 분석해 외계행성 'OGLE-2016-BLG-1195Lb'의 존재를 밝혀냈습니다. 중력렌즈라는 말은 은하와 은하단의 중력이 돋보기처럼 빛을 모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연구팀은 행성의 질량과 지구로부터의 거리 등 자세한 물리적 특성을 알아내기 위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운영하는 스피처(Spitzer) 적외선 우주망원경과 공동으로 관측했습니다.
연구팀에서 발견한 외계행성(OGLE-2016-BLG-1195Lb)은 지금까지 중력렌즈 방법으로 발견한 외계행성 56개 중 가장 작은 질량입니다. 지난 2월 말에 발견된 '트라피스트-1' 지구형 외계행성들은 모두 중심별로부터 0.01∼0.06AU 이내의 매우 가까운 거리에 밀집해 있는 반면, 이번에 발견한 외계행성은 중심별로부터 1.16AU의 상대적으로 먼 거리에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외계행성 탐색을 위해 연구팀이 활용한 중력렌즈 방법은 중심별과 행성이 1∼10AU의 적절한 거리만큼 떨어져 있을 때 검출 확률이 높고, 트라피스트-1 행성 발견에 사용된 별표면 통과(Transit) 방법은 행성이 중심별에 가까이 있을 때 쉽게 검출됩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외계행성 탐색 방법으로 물리적 특성이 비슷한 행성을 발견했다는 것은 작고 차가운 별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질량의 외계행성이 그만큼 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3억 개의 별을 분석하다=이번 발견까지 연구팀의 끝없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KMTNet은 칠레와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등 3곳에 설치돼 있습니다. 이 세 곳에서 은하 중심을 집중적으로 관찰합니다. 남반구에서는 2월 말부터 10월 말까지만 은하 중심을 볼 수 있습니다.
KMTNet에서는 2016년부터 은하 중심을 본격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루에 무려 3억 개의 별을 찍고 있습니다. 은하 중심의 27개 지역을 계속 촬영하고 있지요. 9분마다 한 번씩 찍는데, 모니터링 해야 하는 별의 개수는 대략 3억 개에 이릅니다.
이렇게 많은 별을 관측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지켜봐야 했습니다. 한 장의 사진은 약 700메가에 이르는 크기이며, 이를 전 세계 초고속인터넷망인 '글로리아드'를 통해 연구팀들이 공유했습니다. 3억 개의 별에 대한 좌표를 골라내고 광도변화 등을 관측했습니다. 중력렌즈 효과에 의해 별빛의 밝기 변화를 찾아냈습니다. 좌우가 비대칭이면서 뭔가 눈에 띄는 변화가 있으면 연구팀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행성을 포함하고 있거나 혹은 다른 점이 영향을 미쳐 이 같은 변화가 감지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발견은 국내 연구팀 단독으로 하기에는 버거웠습니다. 그래서 천문연뿐 아니라 하버드대, 오하이오주립대 등 몇몇 대학과 함께 공동연구팀을 구성했습니다. 팀을 이끈 이는 세계적 석학인 막스플랑크연구소의 앤드류 굴드 박사였습니다. 굴드 박사는 미시중력렌즈의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 중심적 역할을 한 이충욱 천문연 박사는 "공동연구팀이 각각 분석해 뭔가 이상한 현상을 발견하면 모델을 구하고 행성인지 아닌지 판단한다"며 "행성으로 판단되면 질량은 얼마인지 분석하는 과정을 거치고 최종 논문을 작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박사는 "혹시 있을지 모를 실수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다른 연구자들이 크로스체킹하는 과정도 거쳤다"며 "혹시 있을 지도 모를 오류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박사는 "이번 발견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태양과 같은 별이 아닌 차갑고 작은 별을 공전하는 행성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외계행성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진화하는가에 대한 많은 샘플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젖힌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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