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탕자쉬안 "양국 갈등 우리가 원하는 것 아냐…文 입장 잘 안다"

[사진=베이징 공동취재단]

[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중국 베이징에서 14일(현지시간)부터 이틀 간 열린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 참석차 방중한 우리 정부 대표단은 15일 탕자쉬안(唐家璇) 전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만나 현안을 논의했다.

이날 조어대(釣魚台) 국빈관에서 가진 회동에서 탕 전 국무위원은 우리 정부 대표 단장인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이번 대표단 방문이 원만하게 성공을 거두기를 기원했고 안부 인사와 함께 한국 지도자(문재인 대통령)에게 축하 인사를 전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이 전날 시 주석을 예방한 것과 관련해서는 "비록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중국 측이 중한 관계를 얼마나 중요시 하는지 충분히 보여줬다"고 의미 부여했다.

탕 전 국무위원은 "중한 관계가 수교한지 25년이 됐다"면서 "전반적으로 봤을 때 중한 관계는 좋은 발전을 이뤄왔고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아주 괜찮은 발전을 거뒀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국의 지난 정부 전반기만 해도 대중 관계에서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정책을 펼쳐 왔으나 지난 정부 후반기부터 상황이 돌변했다"며 "한국 측은 중국 측이 관심 있는 문제에 태도를 바꿔 미국에 맞추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주한 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중국 국민이 큰 실망을 했고 심지어 화를 내고 있다"면서 "중한 관계는 새로운 도전과 새로운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이것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탕 전 국무위원은 "한국의 정국에 큰 변화가 있었고 우리는 문 대통령의 견해와 입장을 알고 있다"면서 "문 대통령이 집권 기간 관련 문제 잘 처리하고 중한 관계가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이루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박 의원과의 구면임을 거론하면서 "오랜 친구인 단장님께서 과거와 변함없이 중한 관계에 계속 관심을 두고 중요시하고 개선과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달라"고도 했다.

아울러 "일대일로 포럼의 주최 측으로서 한국 정부 대표단의 방문을 매우매우 환영한다"며 "중한 양 측은 이번 포럼에서 유익한 접촉을 가졌고 우리 사이에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측에서 곧 특사단을 파견할 것으로 아는데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일대일로 포럼에 초대하고 환대해준 시 주석을 포함한 관계자 여러분께 각별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의례적인 말이 아니고 이번 방문 기간 중국 측의 각별한 배려를 여러 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고 화답했다.

박 의원은 또 "이번 일대일로 포럼을 통해 중국의 국제적 역할과 위상이 확실히 높아지고 국제 문제에서 영향력을 최대한 행사할 기반을 잡게 됐다는 그런 생각을 가졌다"며 "그 동안 주요 20개국(G20)이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와 달리 이번에는 중국이 스스로 주체가 된 대규모 국제회의인데 그 자체의 성공적 개최가 중국의 위상을 드러낸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한중 관계는 지난 24년 간 순조롭게 발전하다가 최근 1년 아주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면서 "우리 신뢰를 다시 되찾고 새로운 25년을 향해서 서로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정부에서의 일이지만 여러 가지 중국 측 입장과 우려를 저희들이 잘 알고 있다"며 "우리 한국말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속담이 있다. 새 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한중 간의 깊은 소통과 신뢰를 바탕으로 다시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