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왜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 처장의 사표를 먼저 수리했을까.
박 전 처장의 사표수리 원인을 놓고 여러 평가가 나오지만 문 대통령의 첫번째 외부행사와 연관된 절차였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문 대통령은 오는 18일 취임 후 첫 공식 외부행사로 5ㆍ18민주화 운동 기념식에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 대선 후보 당시 광주 유세를 통해 대통령 신분으로 참석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그동안 합창 방식으로 논란이 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반드시 '제창'으로 지정하겠다고 강조해왔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기념식에서 합창 방식을 고집한 박 전 처장의 사표를 먼저 처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 문제는 8년째 이어지고 있다. 합창단이 부르고 원하는 참석자가 따라부르는 합창 방식은 2009년부터 적용됐다. 반면 5.18 시민단체들은 기념식 참석자 전원이 함께 부르는 제창 형식을 고집해왔다. 이 논란은 박 전 처장 취임 이후 더 불거졌다. 지난해 박 전 처장은 의견을 좀 더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한 발 물러서는 시늉만 내다가 '밀실회의'로 합창을 결정했다. 당시 회의는 박 전 처장이 주관하고 회의 참석자를 모두 보훈처 실국장 8명으로 구성해 박 전 처장의 의견대로 결정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또 지난해 6월에 야당이 박처장에 대한 해임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지만 무산됐고 합창방식은 여전히 유지됐다.
정부 입장에서도 문 대통령이 5ㆍ18민주화 운동 기념식에 참석할 경우 제창 문제가 곧 공약과 직결되기 때문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윤영찬 청와대 홍보수석이 11일 " 박 처장 관련해서는 여러 번 언론에서도 논란이 된 적도 있어서 새 정부 국정 방향이나 철학과는 맞지 않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수리했다"고 말한 것 역시 이런 의미다.
문제는 절차다. 보훈처도 제창을 준비하는 모양새지만 절차를 조율할 정부 주요 보직자가 공백상태다.통상 2~3주 전에 차관회의에 올리고 국무회의에서 논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취임 이후 두 번째 업무 지시를 통해 오는 18일 열리는 5ㆍ18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정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 '임을 위한 행진곡' 5ㆍ18 공식기념곡 지정, 5ㆍ18 민주화정신 헌법 전문 수록, 5ㆍ18 발포 명령자와 헬기기총소사 책임자 처벌 등 완벽한 진상규명 등을 약속해 최대한 정부지침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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