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산 증인 살아 있는데
피해자 무시한 한일 위안부 합의는
정부가 돈 받고 할매들 팔아 먹은 것
후손들 위해서라도 日 사과 받아내
올바른 대한민국 만들어 주시길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거짓으로 도둑 협상한 (위안부 관련) 한·일 합의는 당장 제거해야 합니다. 남은 생애 동안 반드시 해결을 보고 가야지요. 문재인 대통령도 각오를 단단히 하셔야 합니다."
대구에 사는 일본군 위안부 생존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0)는 "새 대통령은 튼튼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달라"며 아시아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처럼 말했다.
이 할머니는 "조선의 딸로 태어난 우리는 나라가 힘이 없어서 끌려갔다"며 "우리를 잊지 말고 튼튼한 대한민국을 만들어달라"고 강조했다.
이 할머니는 1928년 6남매의 외동딸로 태어났다. 16세 때 '배불리 먹여주고 집도 잘 살게 해주겠다'는 일본 남자의 말에 속아 친구와 함께 따라 나섰다가 대만 위안소로 강제 동원됐다.
이 할머니를 포함한 위안부 생존 피해자들의 숙원은 2015년 체결된 한·일 합의 무효화하고 공식적인 사과를 받는 것이다. 한·일 합의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 일본 정부 간 합의로 일본 정부는 10억엔을 송금하고 위안부 문제에 대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하는 것으로 기술돼 있다. 그러나 생존 피해자들은 피해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합의는 무효라며 10억엔을 돌려주고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와 법적 배상금을 요구하고 있다.
이 할머니는 "역사의 산 증인이 이렇게 확실히 살아 있는데 우리에게 한 마디 말도 없이 도둑 협상을 한 것은 용서할 수 없다"며 "지금 그 죗값을 치르고 있지만 새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를 반드시 해결한다는 맹세를 국민 앞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기간 동안 위안부 합의 재협상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 그는 지난 3월5일 부산에서 열린 북 콘서트에서 "일본의 법적 책임과 공식 사과가 담기지 않은 합의는 무효"라며 "올바른 합의가 되도록 일본과의 재협상을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재협상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 9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위안부 합의를 거론하며 "한일 간 약속일 뿐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도 높이 평가되는 합의"라며 "일본 정부는 한국 측에 대해 끈질기게 합의를 착실히 이행할 것을 요구해 나갈 방침"이라고 주장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해서도 이 할머니는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와 사드 문제 모두 한반도 평화와 세계 평화를 위해서 절대로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할머니는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결코 이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 가서는 안 된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올바른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전력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 살고 있는 이옥선 할머니(91)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죽기 전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라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심부름을 다녀오는 길에 트럭에 강제로 실려 위안부로 끌려갔다. 이 할머니는 "한·일 위안부 합의는 일본한테 우리가 당한 것"이라며 "지난 정권은 아베 정권과 똑같아서 이런 일이 생겨났는데 이번엔 다를 지 아직은 믿지를 못 하겠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한·일 위안부 합의는 막말로 정부에서 돈 받고 할매들을 팔아먹은 것"이라며 "당장에 폐지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합의는 완전하게 잘못 된 일"이라며 "우리가 무시된 채 진행된 합의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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