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7일 신도림 등 휴대폰 집단상가
갤S8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정작 번호이동 건수는 평균 밑돌아
"15만원 듣고왔는데 30만원도 드물어"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발길 돌린 탓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15만원에 산 사람이 있다고 해서 와봤는데, 20만원에 파는 곳도 없네요."
5일부터 7일 연휴간 강변·신도림 테크노마트 등 휴대폰 집단상가에는 갤럭시S8을 사려는 사람들로 넘쳤지만, 정작 번호이동 건수는 평소보다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중 갤럭시S8 대란 소식을 듣고 온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알려진 바와 달리, 실제 구매가가 15만원은커녕 30만원대도 드물었다. 소비자들은 이미 '갤S8이 15만원'이란 소식에 눈높이가 높아진터라, 그 이상의 가격대가 제시되자 지갑을 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5일부터 7일까지의 번호이동건수 합계는 3만1802건으로 평균 1만600건에 그쳤다. 5일 1만575건, 6일 1만2824건에서 7일에는 8403건으로 감소했다.
갤럭시S8 보조금 대란이 절정이던 지난 3일의 2만8267건에 비하면 대폭 줄어든 수치다. 평일 평균수준인 1만3000건에도 훨씬 못 미쳤다. 이는 방송통신위원회가 4일 이통3사 마케팅담당임원을 불러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시장은 급격히 냉각된 탓으로 분석된다.
지난 2일 오후부터 갤럭시S8 불법보조금이 대량 살포되며 시장은 달아올랐다. 일부 유통점은 50~60만원대에 이르는 불법 보조금을 뿌리면서 갤럭시S8의 실구매가가 2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출고가 93만5000원인 갤럭시S8 64기가바이트(GB) 모델에는 불법보조금이 최대 65만원까지 지급됐다. 6만원대 요금제를 가입하고 통신사를 옮기는 번호이동 조건으로 최저 15만원에 판매된 것이다.
이런 소식을 듣고 연휴간 휴대폰 집단상가를 찾은 소비자들은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발길을 돌려야했다. 지난주중과 달리 불법보조금이 30만원에서 40만원사이에 그쳤기 때문이다. 카드할부 조건이 달려있었고, 부가서비스를 2개씩 제시하는 곳도 있었다.
한 방문객은 "15만원에 갤럭시S8을 샀다는 뉴스를 보고 왔다. 물론 15만원에 판매하는 곳이 극히 드물 것이란 예상은 하고, 거기서 조금 더 비싼 수준이면 바로 구매하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직접 와보니 듣던 바와는 너무나 다른 가격대가 연달아 제시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번호이동건수가 평일 수준을 밑돌면서 대기수요 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뽐뿌 등 커뮤니티나 휴대폰 관련 카페·밴드 등에서는 대선 이후 또다시 대란이 벌어질 것을 기대하고, 당분간 구매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이 고객관리 전산시스템을 교체하면서 가입·해지 등 주요 고객서비스 업무를 다음달 11∼15일 일시중단하는데, 그 이후로 SK텔레콤발(發) 가입자 유치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SK텔레콤이 전산휴무기간동안 빼앗긴 가입자를 되찾기 위해 보조금 살포에 나선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런 전망이 현실화되긴 힘들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의 11일~15일 전산휴무 기간동안에는 SK텔레콤만 번호이동 가입자 유치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3사 모두가 못한다. SK텔레콤이 이때 빼앗긴 가입자를 되찾기 위해 보조금을 뿌릴 것이라는 얘기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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