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여론조사서 마크롱이 20%포인트 차 앞서…투표율 50%↓ 경우 르펜에 유리할 수도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프랑스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가 7일 오전 8시(현지시간) 전국 6만7000여 투표소에서 시작됐다.
결선투표 참여 유권자는 총 4760만명으로 에마뉘엘 마크롱(39·앙마르슈)과 마린 르펜(48·국민전선) 후보 중 한 명에게 표를 행사한다.
지난달 치러진 1차 투표에선 마크롱이 1위(득표율 24.01%), 르펜이 2위(득표율 21.3%)였다.
제8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는 2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 현대 정치를 이끌어 온 공화당과 사회당이 나란히 결선 진출자를 내지 못한 최초의 선거로 정계 이단아로 불려 온 후보들의 대결이 됐다.
1년 전 자신이 창당한 중도신당 앙마르슈(전진) 후보로 나선 마크롱은 현 정부에서 경제장관을 지냈지만 선출직 경험은 없다. 첫 번째 대권 도전에서 돌풍을 일으킨 마크롱은 1위로 결선에 올랐다. 르펜은 극우정당 국민전선(FN) 후보로 두 번째 대권 도전에서 결선에 진출했다.
마크롱은 유럽연합(EU) 잔류와 자유무역·문화적 다원주의를, 르펜은 EU와 유로존 탈퇴·보호무역·프랑스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맞서고 있다.
지난 5일 발표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마크롱은 최고 63%의 지지율을 보이며 24∼26%포인트 차로 르펜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3일간의 연휴 한가운데 치러져 기권율이 예년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마크롱이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기권표가 많으면 핵심 지지층이 마크롱보다 두터운 르펜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서다. 이번 결선투표율은 75% 정도로 예상되고 있지만 만약 투표율이 50% 아래로 떨어지면 르펜에게 승산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5일 오후 발생한 마크롱 캠프의 이메일 유출 사건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9GB에 달하는 마크롱 캠프 당직자들의 이메일과 문서가 대량으로 유출되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와 관련된 근거 없는 루머나 잘못된 정보가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캠프의 이메일이 유출돼 도널드 트럼프에 유리하게 작용했던 전례가 있어 마크롱 캠프는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세계 곳곳에서 이런 공작이 벌어지고 있는 터라 우리 대선 과정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만약 어떤 개입이라도 확인되면 개시할 수 있는 절차가 있다. 수사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며 사태를 진화하고 나섰다.
이날 마크롱은 부인 소유의 별장이 있는 노르망디 지방의 해안도시 르 투케에서 투표에 참여하며 르펜은 임시 선거본부가 차려진 북부 도시 에넹보몽에서 투표한다.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는 투표마감 15분 전인 오후 7시45분부터 공개된다.
한편 이번 대선은 사상 최초로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상태에서 치러진다. 프랑스는 2015년 11월 130명이 희생된 파리 테러 이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현재까지 이를 유지해오고 있다. 프랑스 당국은 작전명 '오페라시옹 상티넬'에 따라 기존 주요시설을 경계 중인 군 병력 7만명에 더해 투표소와 개표소 등에 5만명의 경찰을 특별 배치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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