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자동차 사고를 낸 직후 잠적해 음주측정을 하지 못했더라도 정황 상 음주 사실이 명백하다면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이 면책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단독 임종효 판사는 A씨가 B보험사를 상대로 '자기차량손해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2년 9월9일 오전 12시30분께 경남 함안군의 한 2차로에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박는 사고를 내 자신의 외제차가 폐차 수준으로 망가지자 B보험사에 자기차량손해 보험금 7490만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B보험사가 A씨는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냈으므로 자기차량손해 보험금 부분은 면책약관에 따라 지급 의무가 없다며 거절하자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재판과 수사과정에서 음주 사실을 전부 부인하며 졸음운전을 하다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 A씨는 사고 직후 차량만 두고 사라진 뒤 이틀이 지난 후에 병원과 경찰서를 찾았기 때문에 경찰은 사고 당시 A씨의 음주상태를 확인하지 못했다.
차량 블랙박스에는 A씨가 사고가 일어나기 직전 지인과 대화하는 상황에서 술에 취한 목소리로 "음주운전해서 갑시다"라고 말한 내용이 녹음됐지만 A씨는 "음주운전을 하겠는 말을 했다고 실제 음주운전을 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사고 직후 사라진 이유에 대해서는 "잘 기억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당시 정황과 증거 등을 종합하면 A씨가 음주운전을 한 뒤 사고가 나자 도피한 것으로 보인다며 보험사의 면책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사고 전날 지인들과 함께 있었음에도 수사 단계에서 지인들을 만나지 않았다는 등의 거짓말을 했다"며 "음주운전을 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해서 음주운전을 했다고 볼 수 없다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거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사고로 상당한 부상을 입었지만 바로 병원이나 경찰서에 도움을 청하지 않고 집으로 간 것이 의아하다"며 "A씨가 형사처벌을 받을 만한 음주상태에 있으면서 이를 숨기려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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