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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병원 의료진, 5·18증언집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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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병원 의료진, 5·18증언집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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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5·18 10일간의 야전병원’…220여쪽 분량"
"당시 의사·간호사 등 의료인 28명 증언 담아"
"계엄군 병원향한 사격, 처참한 환자 모습 등 기억"
"병원 자체적으로 책 발간은 전남대병원이 처음"
"진실 규명 등 역사바로잡기에 중요한 자료 될듯"

[아시아경제 노해섭 기자]전남대학교병원(병원장 윤택림)이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대병원 의료인들의 증언모음집 '5·18 10일간의 야전병원’을 1일 발행했다.


전남대병원은 당시의 참혹한 상황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사상자 수술 및 치료에 전념하면서, ‘민주 광주’의 위상을 확립하는데 일조했던 의료진의 역사적 활동상을 기록하고자 책으로 발행했다.

또한 이 책은 현재 발포명령자·헬기사격 여부 등 진실규명이 아직도 제대로 안되어 있고, 사실 왜곡도 번번이 발생되고 있는 상황에서 출판됨으로써, 역사 바로잡기에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5·18의료활동에 대해 병원 자체적으로 책을 낸 경우는 전남대병원이 처음이다.


단 광주시의사회가 지난 1996년 지역의료기관들의 활동을 담은 '5·18의료활동<자료기록 및 증언>’(1996년)을 발행한 바 있다.


이번 '5·18 10일간의 야전병원’에는 고 조영국 당시 전남대병원장, 노성만 전 전남대총장, 김신곤, 전 전남대병원장 등 의사와 간호사 총 28명의 증언이 220여쪽에 걸쳐 실려 있다.


책에는 병원에 실려 온 참혹한 사상자들의 모습과 계엄군의 병원에 대한 무차별 사격, 밤낮없이 진행되는 초응급 수술, 시민들의 헌혈 대열 등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이 생생하게 표현돼 있다.


또 그러한 여건 속에서 극에 달한 분노, 절망, 공포 등을 억제하며 의료인의 책무를 다해야하는 인간적인 고뇌도 나타나 있다.


의료진 증언 외에도 당시 전남대병원서 수술과 치료를 받았던 사상자의 현황과 진료 상황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그래픽으로 정리돼 있다.


특히 당시 전남대병원의 진료기록부·수술대장·마취장부를 통해 구성된 사상자 현황에 따르면 총 사상자는 223명으로 집계됐다.


사상자 유형별로는 총상 환자가 41%로 가장 많았으며, 연령별로는 20대가 47%로 가장 많았다.


이번 책 속에는 참고자료로 당시 나경택 전 연합뉴스 광주·전남지사장이 찍은 사진이 게재됐으며, 책 제목 글씨는 강경인 작가가 썼다.


전남대병원은 2일 전남대 의과대학 명학회관에서 정병석 전남대총장·윤택림 병원장을 비롯해 정·관·언론계와 5·18관련단체 관계자, 직원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한편 발간작업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돼, 증언자 선정·인터뷰·자료수집 등의 과정을 거쳐 6개월여 만에 선보이게 됐다.


다음은 의료진의 증언을 상황별로 요약·발췌한 내용이다.


# 집단 발포 21일…총상 환자들로 가득해진 응급실


‘이 날은 정말 잊을 수 없다. 오후 1시30분 가슴관통상 환자가 응급실로 왔다. 이어 계속 총상환자가 밀려왔다. 모든 과 인원이 총동원 되었지만 밀려드는 환자에 응급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사방에서 출혈과 통증으로 고함을 치는 부상자들. 나는 이 때 지옥을 보았다.’<김현종 정형외과 교수(당시 정형외과 레지던트)>


# 끊임없는 응급수술


당장 수술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급한 뇌손상, 뇌출혈, 출혈이 심한 복부, 흉부 환자부터 수술실로 옮겼다. 날을 새며 이튿날까지 26명의 환자를 수술했다. 출혈이 너무 심했던 일부 환자는 혈액공급이 달려 수술을 포기해야 했던 때가 가장 마음 아팠던 순간이었다. <유경연 전남대의과대학 명예교수(당시 마취과 레지던트)>


# 혈액공급 달려 수술 못했던 환자 가장 마음 아파


당장 수술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급한 뇌손상, 뇌출혈, 출혈이 심한 복부, 흉부 환자부터 수술실로 옮겼다. 날을 새며 이튿날까지 26명의 환자를 수술했다. 출혈이 너무 심했던 일부 환자는 혈액공급이 달려 수술을 포기해야 했던 때가 가장 마음 아팠던 순간이었다. <유경연 전남대의과대학 명예교수(당시 마취과 레지던트)>


# 수술기구 소독 시간도 짧아져


수술실 상황도 어려웠다. 한 번 사용한 기구는 소독기에서 2~3시간 소독을 해야 했지만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소독용액에 기구를 20분 정도만 담가 두었다가 다시 꺼내어 사용하는 식으로 수술을 이어갔다. <오봉석 흉부외과 교수(당시 흉부외과 레지던트)>


# 아이에게도 총을 쏘다니


아이의 가슴과 척추에 박혀 있던 총알을 꺼냈다. 총알이 중요한 장기를 빗겨간 덕에 아이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다리는 영영 쓰지 못하게 되었다. 어린아이에게 까지 총을 쏘다니 모든 의료진이 분개했다. <오봉석 흉부외과 교수(당시 흉부외과 레지던트)>


# 수술 대기하며 애소하던 환자 결국 숨져


복부총상 환자 중 한 명은 응급실에서 혈압이 점점 떨어져 수술대기실로 옮겼으나 다음 차례를 기다리다 결국 숨을 멈췄다. ‘절 죽게 내버려 두실랍니까?’하고 애소하던 환자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김신곤 전남대의과대학 명예교수(당시 외과 조교수)>


# 19일 첫 총상환자


오후 6시35분 첫 총상환자가 실려 왔다. 우하복부에 한 발, 손에 두 발의 총격을 받았다. 즉각 응급수술에 들어갔으며, 밤 늦게서야 끝났다. 수술 중에도 시민에게 총을 쐈다는 사실에 분노의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김현종 정형외과 교수(당시 정형외과 레지던트)>


# 수술재료 부족…거즈 등 재생 사용


부족한 수술재료는 간호사들이 만들어 썼다. 수술 봉합사는 팔 길이 만큼 잘라 대롱에 감아 소독하여 사용했다. 거즈나 패드는 너무 부족해 삶아서 세탁해 온 것을 재생 소독하여 사용했다. 이윤민 동강대간호학과 교수(당시 중환자실 간호사)


# 시민들 헌혈대열…아직도 눈에 선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헌혈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혈액원 입구에서 병원 정문까지 구불구불 줄을 늘어선 시민들의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중에는 어린 학생들도 많았고, 자신의 피라도 써 달라며 우는 여고생들도 있었다. <서순팔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당시 임상병리과 레지던트)>


# 수액 부족…입원환자들이 양보


또 다른 비상사태가 생겼다. 수액공급이 막혀버린 것이었다. 직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병실(입원실)에서 응급실로 수액이 왔다. 병실 환자들이 “나는 당장 급하지 않으니 응급실부터 사용하라”는 얘길 듣고 가슴 뭉클해짐을 느꼈다. <정성수 치의학전문대학원 교수(당시 응급실 인턴)>


# 27일 새벽 총알 불꽃 날아다녀


새벽 4시쯤 잠에서 깨었다. 인턴 숙소를 사이에 두고 병리학 교실과 간호사 숙소 건물이 있었는데 두 건물에서 교전이 일어난 것이었다. 밖을 보니 날아다니는 총알의 불꽃이 보였다. 날이 밝은 아침에 숙소를 나와보니 병리학교실 옥상에 대검을 꽂은 진압군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유재광 목포한국병원장(당시 응급실 인턴)>


# 각 과별로 수술팀 구성


치료비는 처음 부상자들이 몰려올 때 가족이 없어 무료치료를 하고 나중에 종합해서 결정을 내렸다. 당시는 다른 정신이 없었고 우선 치료·회복에 매달렸다. 치료도 각 과별로 수술팀이 구성돼 열심히 수술하고 치료했다. 모든 직원들이 헌신적으로 일한 것에 대해 지금도 고마운 생각이 든다. <고 조영국 전남대 의과대학 명예교수(당시 전남대병원장)>


# 5·18 회상하면 머릿 속 하애져


5·18과 관련된 나의 경험담을 얘기해달라는 청탁이 있었으나 번번이 거절했다. 그 당시를 회상하면 머릿속이 하애져서 도통 기억이 나지 않으니 글로나 말로 옮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신곤 전남대의과대학 명예교수(당시 외과 조교수)>


# 환자 나르던 시민군에 의사가운 입혀


열심히 환자를 실어 나르던 시민군에게 하얀 의사가운을 입힌 적도 있었다. 계엄군도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에게 총을 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박영걸 전남대 의과대학 명예교수(당시 안과 전임강사)>


# 5·18이후 위경련 앓아


5·18민주화운동으로 인해 4개월 가량 위경련을 앓았다. 평소처럼 생활하다가도 문득 그 때가 떠오르면 위가 경련을 일으키고 하는 것이다. 외상후 트라우마 인 것이다. <김안자 초당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당시 간호과장)>


# 총격 대비 응급처치실 유리창에 매트리스


총격 대비책으로 매트리스를 활용했다. 과거에 미국서 지원받은 솜으로 된 매트리스가 있어 응급실 처치실 유리창에 대도록 했다. 군인들이 쏜 총알 중 일부는 매트리스에 박혔다. <김안자 초당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당시 간호과장)>


# 21일 퇴각 계엄군, 트럭서 병원 향해 사격


M60 군용 트럭의 선탑자는 권총을 들고 있었는데, 2층 이상의 건물이 나타나면 무조건 총을 쏘았다. 선탑자가 총을 쏘면 트럭 화물칸의 양 옆에 군장을 세우고 엎드려 있던 군인들이 군장 뒤에서 60도 각도로 M-16을 연속 발사했다. <유재광 목포한국병원장(당시 응급실 인턴)>


# 1주일 이상 수술복으로 일상생활


1주일 이상 집에 못가서 갈아입을 옷도 없어 수술복으로 일상생활을 했으며, 집에 겨우 연락해 속옷만을 가져오게 해 갈아입을 정도였다. <김현종 정형외과 교수(당시 정형외과 레지던트)>


# 의료진 대부분 병원서 숙식


5·18기간 동안 대부분의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들은 집에 가지 않고 10병동(현 1동) 11층 병실에서 기거하며 근무했다. 식사는 김치와 콩나물 반찬 뿐이었지만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서순팔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당시 임사병리과 레지던트)>


# 5·18후 연구에 대한 집념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5·18이후 많은 사람들이 한동안 충격이나 후유증에서 헤어나지 못했는데, 나 역시 그동안 꾸준히 진행해 왔던 연구 활동이나 환자 치료에 대한 집념이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송은규 정형외과 교수(당시 정형외과 레지던트)>


# 어린 학생들 아픈 환자로 위장


계엄군들이 병실 환자 옷장까지 뒤졌던 기억이 생생하다. 간호사들은 어린 학생이나 젊은 사람들은 심하게 아픈 환자로 위장시키기도 했고, 청년 보호자들에게도 환자복을 입혔다. <심재연 간호부장(당시 중환자실 간호사)>


노해섭 기자 nogary@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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