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안은 승객 "유모차 돌려달라" 울먹…회사 측 "해당 승무원 업무 배제, 진상 파악 中"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이 기내에서 승객을 강제로 끌어낸 사건의 여파가 가라앉지 않은 시점에 이번엔 미 아메리칸항공 승무원이 아기를 안은 여성 승객으로부터 유모차를 뺏는 과정에서 강압적인 태도로 위협한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사건은 22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텍사스주 댈러스로 출발하는 아메리칸항공 기내에서 발생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에 공개된 영상에는 아기를 안고 있는 여성 승객이 계속 울먹이면서 승무원에게 "내 유모차를 돌려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이 승객은 아이 두 명을 데리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영상에 나오진 않지만 남성 승무원이 여성이 갖고 탄 유모차를 빼앗는 과정에서 얼굴을 가격하는 등 일부 접촉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여성이 안고 있던 아기를 떨어트릴 뻔한 아찔한 순간이 연출됐다.
여성이 울면서 재차 유모차를 돌려달라고 말하자 좌석에 앉아있던 한 남성 승객이 일어나 다른 승무원에게 "아까 유모차 가져간 사람(승무원) 이름이 뭐냐. 아메리칸항공 직원이 맞느냐. 이름을 알고 싶다"고 따졌다.
영상에는 주변 승객들이 "그 승무원이 유모차로 아이 엄마 얼굴을 때리는 걸 봤다"고 주장하는 내용도 담겼다.
문제의 해당 승무원이 나타나자 남성 승객이 다시 일어서며 "내게 그런 식으로 하면 내가 당신을 때려눕혀 버리겠어"라고 말했다. 그러자 유모차를 빼앗아 간 승무원은 "당신은 여기서 빠져"라며 손가락질을 했다. 이어 두 사람은 서로 언성을 높이며 "한번 해봐. 칠테면 쳐봐"라고 대치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관련 영상은 현재 조회수 수백만건을 기록하며 온라인 상에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아메리칸항공 측은 게이트 앞에서 접이식 유모차에 대한 보안체크를 하는 것 때문에 승무원이 유모차를 가져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규정상 대형 유모차는 티켓 창구에서, 접이식 유모차는 탑승 직전 게이트 앞에서 각각 보안체크를 받게 돼 있다.
유나이티드항공의 사례를 의식한 듯 아메리칸항공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항공사는 "우리 팀원의 행동이 사려 깊지 못했던 같다. 이런 행동에 실망했다. 해당 승무원을 업무에서 배제했다"며 진상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아메리칸항공 측은 유모차를 빼앗긴 여성 승객을 다른 비행기로 안내한 후 일등석으로 옮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유나이티드항공이 기내에서 승객을 끌어내고 이 과정에서 큰 부상을 입힌 사건이 있은 지 얼마 안돼 또 비슷한 일이 발생하면서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항공사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지난 9일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서 켄터키주 루이빌로 가는 비행기에서 승무원들을 탑승시키기 위해 베트남 출신 내과의사 데이비드 다오 박사 등을 강제로 끌어내면서 바닥에 질질 끌고 코뼈에 골절상을 입히는 등의 행위로 공분을 샀다.
이 사건으로 유나이티드항공 회원 탈퇴 및 거부 운동이 일었고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오스카 무노즈 CEO가 직접 나서 여러차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하지만 여론은 여전히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고, 미 의회는 유나이티드항공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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