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세계 최대 중국 자동차 시장을 겨냥한 '2017 상하이 모터쇼'가 19일 언론 공개를 시작으로 28일까지 열흘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올해로 17회째를 맞은 상하이모터쇼는 베이징모터쇼와 격년으로 번갈아 가며 열린다. 세계자동차공업협회(OICA)가 인증한 국제 모터쇼가 아닌 중국 내수시장을 위한 국내용 모터쇼임에도 거대시장인 중국을 겨냥해 글로벌업체가 앞다퉈 신차를 공개하는 것은 모터쇼의 지형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올해로 120년을 맞고 있는 모터쇼의 역사는 자동차산업과 관련 기술발전, 소비트렌드에 따라 진화해왔다. 모터쇼의 개최국가와 위상은 물론이고 참가규모와 자동차ㆍ자동차부품 등 출품내용 등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어왔다.
-신차와 콘셉트카 중심에서 미래차로 진화
세계 최초의 모터쇼는 1897년 독일에서 개최된 프랑크푸르트모터쇼이며 이듬해 프랑스가 1898년 파리모터쇼를 개최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새로운 모델, 앞으로 생산하려고 하는 콘셉트카를 공개하는 것이 중심이지만 출품작의 중심은 글로벌경기와 각국의 자동차 정책, 유가와 소비 트렌드 등에 따라 달라져왔다.
저성장기와 고유가 시기에는 고연비 차량과 소형차가 주목받았고 고성장기와 저유가 시기에는 연비 먹는 하마라는 대형차와 슈퍼카, 콘셉트카들이 관심을 모았다. 온실가스 감축과 배출가스 규제 확산, 4차 산업혁명의 추세에 맞춰서는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자율주행·무인차 등의 미래형 자동차와 자동차전장분야가 각광받고 있다. 자동차와 ICT의 융복합추세에 맞춰 최근에는 자동차 제조사들은 CES에, ICT 업체들은 모터쇼에 참가하는 게 대세로 굳어졌다.
-자동차강국이 5대 모터쇼지위 굳건
전 세계에서 한 해 열리는 모터쇼는 수백여 개에 이르지만 OICA에서 공인받은 모터쇼는 18개에 불과하다. OICA는 매년 각국에서 신청한 모터쇼의 전시 규모, 참가국, 참가업체 등을 심사해 기준을 충족시킬 경우 1국 1개 모터쇼에 한해 공인을 허락하고 있다. 이 중 세계 5대 모터쇼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 프랑스 파리모터쇼, 일본 도쿄모터쇼, 스위스 제네바모터쇼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모터쇼가 1997년부터 OICA 공인을 받았다.
5대 모터쇼 역시 부침을 겪고 있다. 디트로이트모터쇼(1907년 시작·매년 1월)는 가장 빠른 1월에 열려 한 해 자동차 업계의 트렌드를 읽는 중요한 지표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자동차메카 디트로이트의 위상추락과 같은 달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에 자동차 및 부품,전장업체들이 대거 참석하면서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 지난 1월의 경우 벤틀리와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재규어, 포르셰, BMW의 미니와 같은 럭셔리카들은 불참했다.
-작지만 강한 제네바모터쇼…명가의 프랑크푸르트모터쇼
제네바모터쇼(1932년 시작·매년 3월 개최)는 자동차 약소국에서 열리고 프랑크푸르트·파리모터쇼보다 규모는 작지만 새 모델과 콘셉트카의 향연이라 불릴 정도로 볼거리가 많다. 지난 3월에는 글로벌 180개 업체가 총 900개 차종을 전시하며 이 중 148개는 유럽 또는 전 세계에서 처음 공개하는 신차였다. 현대차도 내년 2월 개막하는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 2세대 수소전기차의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프랑크푸르트모터쇼(1897년 시작)는 자동차명가 독일에서 열리는 모터쇼답게 세계 최초, 세계 최대라는 입지를 탄탄히 하고 있다. 홀수해 9월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승용차를, 짝수해 5월 하노버에서는 상용차를 전시한다. 2015년 9월 행사에서는 전 세계 39개국의 1103개 완성차 업체와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참가했고 세계 최초로 발표되는 신차 대수만 210대에 달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정의선 부회장과 고성능차 개발책임자인 알베르트 비어만 부사장 등이 참석해 경주용 고성능 브랜드 'N'의 개발방향성을 공개하고 차세대 i20랠리카도 선보였다. 안방인 독일과 미국, 일본 등 주요 업체들은 차세대 전기차와 고능성 차량 등을 대거 출품했다.
-파리·도쿄모터쇼 위상옛말…中의 '모터쇼굴기'
반면에 파리모터쇼(1898년 시작·짝수해 10월 개최)는 명성에 금이 가고 있다. 지난해는 포드와 볼보, 일본 마쓰다가 불참했다. '디젤게이트'를 겪던 폭스바겐은 참가 규모를 줄이고 전야제마저 취소했다. BMW는 고위경영진들이 찾지 않았다. 벤틀리,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 에스턴 마틴 등 럭셔리와 슈퍼카들도 줄줄이 참석하지 않았다. 국내 완성차 5개 업체는 모두 참석했다.
아시아최고의 모터쇼였던 도쿄모터쇼(1954년 시작·매년 11월 개최) 역시 한때 아시아 최고의 모터쇼였지만 중국의 베이징과 상하이모터쇼에 밀려 일본자동차들만의 행사로 변했다. 이 모터쇼는 홀수 해에는 승용차, 짝수 해에는 상용차를 전시한다. 2015년 승용차 전시행사에서는 현대기아차, 쌍용차 등 우리나라 회사들이 아예 출품하지 않았다.
-서울모터쇼, 양적성장에도 한계 뚜렷
1995년부터 열린 서울모터쇼는 햇수만큼이나 규모와 질적인 면에서 크게 성장했다. 올해 모터쇼(3월31일~4월9일)는 42종의 신차가 공개됐다. 현대차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 쌍용차 대형 프리미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4 렉스턴은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관람객은 2015년 전시와 같은 61만여명이다.
하지만 글로벌 모터쇼에 비하면 처음으로 공개되는 신차가 적고 초고가의 슈퍼카 같은 볼거리가 부족하다는 점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서울모터쇼는 2001년부터 서울모터쇼(홀수해 4월)와 부산모터쇼(짝수해 5월) 로 격년으로 치러진다. 부산모터쇼는 지난해 신차 49종이 공개되고 70만명이 다녀가 서울모터쇼와 어깨를 견주고 있다. 2014년에는 역대 최대인 115만명이 다녀가기도 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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