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실, 지난해 12월 조사 결과 시정 권고...폭행 종교 강요 단체기합 등 신체정서적 학대 광범위하게 진행돼
20일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실이 최근 펴낸 '2016년 인권침해 결정례집'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서울시 감사위원회의 의뢰로 A 종교재단이 운영하는 B터(여아), C터(남아) 등 시립아동양육시설 2곳에 대해 서울시 인권센터측이 현장 조사를 한 결과 입소 아동 520여명에 대한 광범위한 신체ㆍ정서적 학대 등 인권 침해가 자행된 사실이 밝혀졌다.
우선 아동들 중 일부가 교사 2명에게 도구를 사용해 신체적 폭행을 당한 정황이 발견됐다. 특히 B터에서 일했던 전직 생활지도원 D씨는 아이들에게 악명이 높았다. 한 입소아동은 "지난해 3월경 친구가 페이스북에서 애들이랑 싸워서 욕을 했다는 이유로 D씨가 그 친구를 불러 멱살을 잡아 끌고 다니면서 때리고 물건을 집어던지고 욕설을 했다"며 "D씨는 언니들을 시켜서 종종 아이들을 때리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이 보육시설에서는 또 '언니방ㆍ형방 보내기', 단체 기합ㆍ불 끄고 무릎 꿇기 등의 정서적 학대 행위가 지속적으로 진행됐다. C터 중간 관리자 E씨는 '말썽을 피운' 아동을 언니방이나 형방으로 보내 2~3일에서 최장 1주일까지 있도록 했는데, 아이들은 인권센터 조사관에게 "형이나 언니들의 눈치를 보면서 하루 종일 아무말도 못하고 벽을 보고 있거나 무릎을 꿇고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인권센터 측은 이같은 행위에 대해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19조 및 서울시 아동ㆍ청소년 인권 조례에 어긋나는 정서적 학대 행위로 판단했다.
지적 장애 3급 장애인에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인 아동을 교사가 폭행한 사건도 있었다. 한 입소 아동은 지난해 해당 아동이 떼를 쓰며 소리치고 물건을 차거나 하는 행동을 하면 생활지도원 F씨가 화를 내며 손으로 머리를 때렸다고 진술했다.
이 시설은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기도 했다. 시민인권보호관 측이 조사한 이 시설 아동 189명 전원이 특정 종교의 신자였는데, 대부분 초등학교 4학년 때 세례를 받았다. 목요일ㆍ주말 종교행사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강요받았다. 아이들은 "종교행사에 참석하기 싫지만 억지로 강요당하고 있다. 교리를 외울 때 맞으면서 외웠다"고 진술했다.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평균성적 85점을 넘을 때만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었으며 귀가시간을 규제 당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시민인권보호관 측은 "귀가시간 규제나 휴대폰 소유 제한의 기준에 근거나 명확한 이유가 없는 데다 아이들의 사회적 소외감 등을 느끼게 할 소지가 충분하다"며 헌법상 일반적 행동 자유권을 침해하는 과도한 제한이라고 인정했다.
이밖에 교사가 매일 아침마다 가방ㆍ휴대폰은 물론 SNS 계정을 확인하는 등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했으며, 청소년자치위원회 운영 미흡ㆍ아동별 후원금 통장 내역 미공개 등 자기결정권 및 알 권리를 훼손했다는 지적도 했다.
이에 따라 시민인권보호관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게 신고하도록 하는 한편 학대행위 교사 징계·학대 예방 관리 체계 마련 등의 시정 권고 조치를 취했다.
시민인권보호관 관계자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아동상담 전문가가 (두 곳의 아동 양육 방식은)아이들에게 수치심이나 무력감을 느끼게 하고 취약한 존재감이나 자기 가치감을 손상시킬 수 있으며 훈육이라기 보다는 인격에 큰 상처를 주는 행위라고 인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인권담당관실이 이번에 펴낸 사례집에는 HIV감염인을 진료하면서 필요 이상의 과도한 감염관리 행위를 한 서울시립병원, 기간제 근로자ㆍ성소수자ㆍ장애인ㆍ여성 등 소수자들에 대한 인권 침해 행위 등 사례 18건의 내용이 담겨졌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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