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연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관련한 실언(失言)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단순한 착각, 실수에서 비롯된 해프닝이지만, 초유의 야권 간 대결로 정체성·정책 대신 네거티브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실언도 잦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표는 18일 오후 전남 광양에서 유세 도중 "어제는 문재인 후보가 대구에서 대통령 당선 안 되면 대구 강물에 빠져 죽겠다고 했다"며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이 자신이 안 되면 물에 빠져 죽겠다고 하면, 우리 자식들의 교육이 제대로 되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표가 인용한 발언은 문 후보의 발언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당 국민선거대책위원회도 19일 자료를 내고 "해당 발언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17일 '보수우파가 못 이기면 한강 빠져 죽어야'라고 한 발언을 착각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 대표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지난해 10월 민주당 당대표와 문 후보도 '(대선에서 지면) 한강에 빠지겠다'는 발언 때문에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면서도 "이것(해당발언은)은 저의 실수였다. 깨끗이 인정하고 사과드린다"라고 전했다.
문제는 이처럼 문 후보와 연관된 실언이 처음은 아니라는 것이다. 박 대표는 지난 17일에는 '문재인이 당선돼야 광주의 가치와 호남의 몫을 가져올 수 있다'라고 발언하는 해프닝을 겪었고, 이튿날에는 문 후보의 경남 양산자택 문제를 거론하던 중 이를 '부산 기장군 자택'이라고 착각하기도 했다.
이처럼 잦은 실언의 이유로는 '쟁점 없는 선거'가 꼽힌다. 정체성·정책 면에서 가까운 문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양강대결이 고착화되면서 네거티브가 선거이슈를 장악 한 까닭이다. 실제 두 후보는 기초연금(30만원), 아동수당(10만원), 최저임금(1만원) 등 큰 틀에서 유사한 공약이 적지 않다.
반면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공식선거운동 시작 나흘이 지나도록 네거티브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네거티브 내용은 문 후보의 아들 준용(35)씨의 특혜채용 의혹, 안 후보의 부인 김미경 교수의 1+1 특별채용 논란 등 2012년 대통령 선거와 큰 차이가 없다.
한편 박 대표가 공격수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면서 옛 여권의 '박지원 상왕(上王)론'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홍 후보는 전날 한국방송(KBS) 주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시중에서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박지원씨가 대북정책에서 대통령이라는 말도 돈다"며 "박지원을 내보낼 생각이 있느냐"고 공세를 폈다. 다만 안 후보는 이같은 상왕론에 대해 "모든 사람마다 장점, 단점이 있다. 각자 역할이 있다"고 일축했다.@include $docRoot.'/uhtml/article_relate.php';?>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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