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6%로 상향조정했다. 국내외 주요 투자은행(IB)과 경제연구소, 한국은행에 이어 KDI까지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조정한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적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의 수출호조로 인해 경제 하방위험이 완화됐다는 이유에서다. 단 민간소비 부진으로 인해 온기가 경제전반으로 확산되기는 힘들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성태 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18일 '2017 KDI 경제전망'을 통해 "지난해 말 KDI가 2.4%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하며 추경 필요성을 언급했는데, 지금은 그 때보다 하방리스크가 상당히 완화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KDI는 지난해 12월께 정치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제시하며 추경 필요성까지 언급했다.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우려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보다는 덜하다는 게 KDI의 설명이다.
김 연구부장은 "트럼프 정부의 3개월을 지켜보니 예상만큼 강경일변도는 아니"라며 "주요국들의 경기하방압력도 나아지면서 예상 외로 세계경제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단 미중 통상분쟁으로 인한 중국 경기둔화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KDI는 올해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끌어올리고, 올해 성장률도 2.6%로 제시했다. 단 내년에는 투자 전반이 점차 둔화되면서 경제성장률이 소폭 하락, 2.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간소비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실질소득 개선효과가 축소되고, 지난해 소비활성화 정책 효과도 사라지면서 증가세가 축소돼 상반기 1.8%, 하반기 2.1%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봤다. 연간 기준으로는 2.0% 증가해 지난해(2.5%)보다 민간소비 상승폭이 줄었다.
설비투자는 최근 반도체 등 특정부문을 중심으로 개선되면서 상반기 중 8.0% 증가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제조업 가동률이 낮은 수준에 정체되어 있어 양호한 회복세가 지속되지 못하고 하반기 중에는 0.7%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는 1.7%로 낮은 증가세에 머무를 전망이다.
수출은 세계경제 성장에 힘입어 경제성장률을 상회하는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에는 4.4%, 하반기에는 3.6% 성장하면서 연간 4.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상수지는 수출확대에도 불구하고 교역조건의 악화 등으로 흑자폭이 축소되면서 올해 894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전년(987억달러)대비 약 100억달러 줄어든 규모다. 내년에도 경상수지가 축소돼 834억달러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다.
소비자물가는 유가상승의 영향으로 상반기 중 2%, 하반기에도 1.6%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연간 기준으로는 1.8%다. 단 기대인플레이션이 낮게 유지되고 성장세도 완만해 상승세가 점차 둔화되면서 내년에는 1.5%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고용부문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봤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지난해(30만명 내외)보다 축소된 20만명대 후반(2017년), 중반(2018년)을 기록하고, 실업률도 지난해(3.7%)보다 높은 3.8%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KDI가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조정했지만, 대내외 위험요인은 여전히 남아있다. 정규철 KDI 연구위원은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거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경기가 빠르게 위축될 수 있다"며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는 내수 성장세를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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