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지난 14일 예정이었던 대우조선해양 채무 재조정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할 투자위원회를 전격 연기했다. KDB산업은행과 실무협상에서 막판 진통을 겪고 있는 상태다.
이에 금융당국은 대우조선의 P플랜(사전회생계획안제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로 산은, 수출입은행,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가 참석하는 P플랜 준비회의 소집을 결정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전날 저녁에 보낸 최종 합의서에 대해 산은은 동의하지 않고 있다. 회사채 상환 확약서 상에 그간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혀왔던 '회사채 상환 보증'이 포함되서다. '보증'을 할 경우 대우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 아예 청산이 되더라도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국민연금을 비롯한 사채권자들에게 회사채를 갚아줘야 한다.
산은과 수은은 각각의 설치법에 따라 개별 채무에 대해 보증을 설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법적 효력'이 없는 각서에 '법적 효력'이 있다고 명시한다고 법적 효력이 생길 지에 대해 다툼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산은이 기존에 약속했던 '보장'은 국민연금이 회사채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안전판을 확실히 만들어 주겠다는 뜻이다. 별도로 관리하는 에스크로 계좌를 만들어 대우조선 회사채 만기가 다가오면 미리 자금을 넣어두는 방식이다. 에스크로 계좌는 출금이 제한되는 계좌로, 회사채를 갚을 돈을 대우조선이 다른 곳에 쓰지 못하도록 떼어 놓겠다는 일종의 '상환 보장 장치'다. 산은은 2019년 이후 대우조선을 다시 정밀 실사해 현금 흐름이 개선된다면 조기 상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도 제안했다.
산은 관계자는 전날 밤 "당초 논의가 반복되는 수준"이라며 "현재로선 협상은 조율 중이며 '사실상 타결'이라는 평가는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학연금과 우정사업본부 등 다른 기관투자가들은 국민연금 결정에 동조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국민연금 찬성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금융당국과 산은 등은 보고 있다. 신협, 농협, 수협 등 금융권 사채권자들 역시 같은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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