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한국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전인 1997년 4월, 옆 나라인 일본에서는 보험사들이 침몰하기 시작했다. 버블 붕괴 전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던 닛산생명이 가장 먼저 일본 대장성으로부터 업무정지 명령을 받았다. 이후 총 9개 생명보험사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업무정지를 당하거나 자발적인 법정관리 신청으로 파산 처리됐다.
국내 보험업계에서 일본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하지만 여전히 대응은 미흡하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시장금리가 현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이자율 차이로 인한 손실이 발생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2020년이면 보험업계 전체의 수익이 2015년과 비교해 40%가량 줄어들게 된다.
이 같은 전망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현재 상황이 일본의 20년 전과 그대로 닮아서다. 당시 일본 보험시장은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간이보험(우체국보험)이 장악하고 있었다. 민간 생보사는 간이보험과의 경쟁을 위해 예정이율을 높여 고객을 유치했다. 버블의 절정기이던 1990년 4월 일본 생보사의 예정이율은 최고 6.25%까지 상승했다. 버블이 꺼지고 경기가 빠르게 침체하자 일본 정부도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생보사도 신규 계약에 적용하는 예정이율을 낮추기 시작했다. 결국 1999년엔 2.0%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미 높은 예정이율로 판매한 장기 확정형 보험상품의 만기가 속속 돌아왔다.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 지출은 늘어갔다. 경기침체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수익의 원천이 되는 유가증권 운용 수익률은 크게 떨어졌다.
최근 국내 보험업계의 상황이 이와 비슷하다. 보험사들은 투자 역마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산을 굴려 얻는 수익률은 3%대 중반에 머무는 상황에서 부채로 빠져나가는 이자율은 4%대를 웃돌면서 손실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국내 일반 생명ㆍ손해보험사 39곳의 운용자산이익률은 평균 3.50%로 조사됐다. 전년(3.68%) 대비 0.18%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국내 보험사들이 1만원어치의 자산을 굴려서 350원을 벌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국내 보험사들은 금리 역마진에 대응하기 위해 비슷한 상황에 있는 일본, 대만, 독일 등 주요국의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외투자 규제 완화, 보험계약 전환ㆍ조건 변경, 보험금 삭감 등이 그 방안이다.
실제 대만은 해외투자 규제 완화로 역마진 부담을 줄이고 있다. 1992년 대만 보험업계의 해외투자 한도는 총자산의 5%였으나 2003년 35%, 2007년 45%까지 단계적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2014년 보험상품 전환 제도를 도입해 계약자가 희망할 경우 고금리 생명보험을 연금, 건강ㆍ장기간병보험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과거 저축성 전통형 상품을 많이 판매한 독일은 이미 2007년 보험감독법을 개정했다. 이를 통해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이 가능해졌고 일부 계약을 아웃소싱하거나 이전하고 회사를 매각하는 방향으로 경영 효율화를 모색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일본은 2차 역마진을 극복하기 위한 재무건전성 개선에 20년이 넘는 시간을 투자했다"며"유럽연합(EU)은 지급여력비율(RBC)이 급락하고 재무건전성이 심화될 것을 우려해 보험사가 자본을 확충하고 완충장치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줬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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