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2021년 1월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기준서가 다음 달 공개된다. 이 기준서는 보험업 회계제도 및 감독ㆍ규제의 잣대가 된다. 즉 이 기준서를 토대로 자본확충을 해야 건전한 보험사로 인정받을 수 있다. 올해 보험업계가 자본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보험업계의 최대 고민, '지급여력비율(RBC)'= 보험업계의 최대 화두는 RBC다. 새 국제회계기준이 적용되면 RBC가 급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RBC는 보험금 지급을 위한 자본여력을 알 수 있는 지표다. RBC가 100%인 경우 보험금 지급 능력이 100%라는 의미다. 새 기준 적용 시 대형사조차 마지노선인 RBC 150% 유지가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RBC 150%는 금융감독원의 권고수준이다.
삼성생명은 2019년까지 현재 예고된 건전성 규제가 시행된다면 RBC가 50%포인트 가까이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RBC 302%에서 올해 285%, 2018년 265%, 2019년 252%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악의 경우 200% 선은 지키겠다는 게 내부 가이드라인이다.
한화생명은 규제 강화가 일시에 적용되면 RBC가 90%포인트 정도 하락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연말 기준 한화생명의 RBC는 200%인데, 자산규모 국내 2위 보험사의 RBC가 금감원 권고수준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중소 규모 보험사는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실제 주요 보험사의 지난해 4분기 RBC는 그해 3분기보다 대부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사 24곳 중 21곳과 손해보험사 13곳 중 11곳이 떨어졌다. 현대라이프(-101.6%), MG손해보험(-95.6%), 동부생명(-98.5%), 동부화재(-85.7%) 등의 순으로 하락률을 보였다. 금감원 권고수준을 밑도는 보험사들은 MG손보(133.6%) KDB생명(125.7%), 흥국생명(145.4%) 등이다.
◆보험사도 신종자본증권 발행=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신종자본증권ㆍ후순위채권 발행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중에서 최근 보험사들이 주목하는 것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모두 띤 금융상품이다. 채권처럼 금리가 있지만 만기가 없어 상환부담이 없다. 또 재무제표상 자본으로 인정돼 자본을 늘리고 RBC를 올릴 수 있다.
보험사 중 처음으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보험사는 한화생명이다. 한화생명이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지난 6일 수요예측에 17개 기관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발행예정금액을 초과하는 5550억원 규모의 매수 주문을 기록했다. 발행금리는 국고채 5년물 금리에 270bp를 가산해 4.582%로 결정됐다. 이는 당초 한화생명이 희망한 금리밴드(260~300bp) 최하단보다 10bp 높은 수준이다. 지난 10일 기준으로 국고채 5년물 금리 기준으로 약 4.6% 수준이다. 한화생명은 13일부터 청약에 들어갔다. 이번에 5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한화생명은 RBC가 10%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은 초기 배당 비용 등을 고려할 경우 후순위채보다 발행금리가 높지만 만기 시까지 100% 자본으로 인정되는 장점이 있다"며 "주식처럼 만기가 없거나 발행자의 재량으로 연기할 수 있는 등의 특성 때문에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보험사, 차선인 후순위채 발행도 검토= 후순위채 발행은 보험사들의 '전가보도(傳家寶刀)'다. 후순위채권은 말 그대로 파산 때 다른 채권에 비해 나중에 변제받는 채권이다. 자기자본의 50%에 해당하는 액수까지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간 보험사들이 자본확충이 필요할 때마다 꺼내들던 카드다.
우선 NH농협생명은 2분기 중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에 나선다. NH농협생명은 지난달 말 NICE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로부터 보험금지급능력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AAA등급을 획득했다. 이번 발행으로 NH농협생명의 RBC는 약 13%포인트 높아진 200% 수준이 될 전망이다.
DGB생명은 지난 1월 400억원 규모로 후순위채를 발행한 데 이어 600억원 규모로 추가 발행할 계획이다. 하나생명은 이달 초에 후순위채 300억원어치를 발행한 데 이어 중순에도 200억원어치를 추가로 발행하기로 했다. 현대해상은 2분기에 후순위채를 발행할 계획이나 정확한 발행 규모를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동부화재도 후순위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이 보험사 최초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자 여타 보험사들이 신종자본증권 연구에 들어갔다"며 "한화생명의 신종자본증권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여타 보험사들이 후순위채보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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