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채무재조정 사실상 협상 거부…"국민연금, 상식적 판단에 호소"
[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정용석 KDB산업은행 구조조정부문 부행장은 13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 관련 답답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부행장은 지난 9일과 11일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 관련 국민연금 측과 만났지만 "3개월간 유예하고 재실사하자"는 답만 들었다. 사실상 협상 거부선언이나 다름없는 요구라는 게 정 부행장의 설명이다.
오는 17~18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까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채무재조정안이 수용되지 않으면 대우조선해양은 법정관리나 다름없는 P플랜(사전회생계획안제도)에 들어간다. P플랜이 시작되면 금융시장은 물론 한국 경제가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정 부행장은 "현 시점에서 과거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과연 옳은 것인가"라며 기자에게 반문했다. 그는 "채무재조정과 신규자금 지원이 없으면 4월 만기인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는 휴지조각이 된다"며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하는 거시경제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부행장은 "현 시점에서 국민연금 측이 회계자료 검증 등 실사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3일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안 발표 후 지금까지의 '시간ㆍ자료ㆍ설명'이면 국민연금이 판단내리기에 충분하다"며 "1부터 100까지 모두 분석해서 의사결정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없다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정 부행장은 출자전환 후 잔여채권에 대해 산은이 보증해달라는 국민연금 측의 요구에도 일침을 가했다. 다른 채권자들과 형평성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무담보채권을 담보채권화 하면 구조조정의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수출입은행 영구채 금리인하, 만기 회사채 우선상환권 부여 외 더이상 조건 변화는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 부행장은 "산은이 국민연금에 대우조선해양에 투자하라고 등떠민 적이 없다"며 "고수익 상품에 투자한 만큼 그 책임은 국민연금측에 있다"고 성토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선택한 것은 국민연금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 부행장은 국민연금 측이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 현재 P플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고 했다.
그는 "이제 방법이 없다. P플랜에 대한 주변의 우려가 있지만 담대하게 나아 갈 것"이라며 "흔들림 없이 준비하고 있고, 최선의 해결책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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