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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약달러·저금리 좋아"…환율 不개입 금기 깨지나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41초

대립각 세웠던 옐런에 "존경한다"…재지명 가능성
직접건 환율조정 없겠지만 통화·금리정책 영향 확대
다음주 경제대화 앞둔 日 엔저정책 타깃 전전긍긍

트럼프 "약달러·저금리 좋아"…환율 不개입 금기 깨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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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달러 강세가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대립각을 세웠던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존경하며 저금리 정책을 지지한다는 말도 했다. 통화정책과 관련해 오락가락한 발언을 내 놓으며 시장을 혼란에 빠트렸던 트럼프 정부가 약달러·저금리를 선호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달러가 너무 강해지고 있다"면서 "이는 부분적으로 내 잘못이다. 사람들이 나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달러는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해가 될 것"이라면서 "달러가 뛰는 데다 다른 국가가 통화절하를 단행하면 경쟁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금리 정책을 선호한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솔직히 말해 저금리 정책을 좋아한다"면서 "옐런 의장을 좋아하고 존경한다"고 강조했다. 2018년 2월에 임기가 마무리되는 옐런 의장이 끝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끝나는 게 아니다(No, not toast)"라고 답해 재지명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옐런 의장의 저금리 정책은 정치적인 선택이며 미국의 거짓 경제를 초래하는 주범이라고 비판해온 것을 감안하면 이번 발언은 상당한 입장 변화를 드러내는 것이다. 취임 초 트럼프와 옐런의 대립설이 확산되면서 시장에서는 옐런 의장의 재지명 가능성이 없는 것은 물론 그가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사퇴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 선회는 그만큼 트럼프 정부가 재정확대 정책과 통화긴축 사이에서 깊은 고민을 하고 있었던 상황을 반영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비판하는 차원에서 Fed의 저금리 기조를 수차례 공격했던 트럼프였지만 정작 취임 후 감세ㆍ인프라 투자와 같은 적극적 재정정책을 펴려고 보니 강달러와 고금리의 걸림돌이 크다고 느꼈을 것이다.


지난 2월말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는 강달러가 수출에 불리하다는 발언을 내놨다. 하지만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즈음 언론 인터뷰에서 "달러 강세는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 것으로 궁극적으로 좋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후 트럼프가 환율 지식이 없는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마이클 플린에게 전화를 걸어 강달러와 약달러 중 뭐가 미국 경제에 좋은지를 물어봤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시장에서는 환율정책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생각이 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트럼프 "약달러·저금리 좋아"…환율 不개입 금기 깨지나


이날 약달러와 저금리 정책을 선호한다는 트럼프의 발언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지수는 트럼프의 WSJ 인터뷰 보도가 나온지 15분 만에 0.5% 넘게 떨어졌다. 유로화와 엔화는 달러 대비 급등세를 나타냈다. 엔화는 뉴욕 외환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108엔대를 기록하며 5개월 사이 최고치를 나타냈다. 13일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엔화는 108.87엔까지 상승하면서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중이다.


미국 언론들은 역대 대통령들이 달러화나 기준금리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했던 전통을 깨고 트럼프 정부가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물론 재무부가 환율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데다 강달러에 대한 므누신 재무장관과 트럼프 사이의 온도차이가 감지되는 만큼 미 정부가 직접적인 환율 개입을 단행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Fed 위원들을 비둘기파로 채우거나 대통령이 금리나 환율 정책에 대한 언급을 늘려가는 식으로 압박을 가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다음주로 다가온 미일 경제대화를 앞두고 나온 미국 대통령의 달러 강세 우려 발언에 일본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일본측은 오는 18일 도쿄에서 열리는 양국 경제대화에서 환율 문제를 최대한 다루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무역흑자와 초저금리를 지속적으로 비판해온 데다 약달러 선호 발언까지 겹치면서 이번 대화에서 일본의 엔저 정책으로 화살이 돌아오지 않을지에 대해 일본 정부는 염려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북한 문제 등 지정학적 위험 고조로 엔화 매수가 뚜렷한 상황에서 미일간 경제대화가 좋지 않게 끝나면 엔화 강세기조가 심화될 수 있다"면서 "이는 증시하락의 재료가 되며 일본 정부는 골칫거리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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