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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계'로 본 한ㆍ미ㆍ중ㆍ일 사국지(四國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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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적금왕 vs 中 욕금고종 vs 日 타초경사 vs 韓 차도살인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북핵'을 놓고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4개국의 지적, 물리적 전략 경쟁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미국의 초강수, 이런 미국의 등에 올라탄 일본, 중국의 유화책, 그리고 한국의 사면초가 형국이 동북아 안보정세의 복합방정식을 구성하고 있다.

현재 핵심 키(key)는 밀어붙이는 미국에 중국이 어떤 해답을 내놓을 지다.


중국은 G2의 반열에 오른 21세기에도 국가운영의 전략적 사고 근간을 2500여 년 전 춘추전국시대의 손자병법에 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미 국방장관 역시 손자병법 등 중국의 고서를 탐독하고 명나라 왕조까지 언급해 중국을 비판할 정도로 중국의 병법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신(新)안보지형 갈등의 국가별 전략을 중국 병법서의 최고봉 중 하나인 36계로 알아본다.

'36계'로 본 한ㆍ미ㆍ중ㆍ일 사국지(四國志)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6일(현지시간) 만찬장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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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美, 소리장도(笑裏藏刀) vs 금적금왕(擒賊擒王)=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한마디로 '소리장도'였다. 미소를 보여주지만 칼을 감추고 있다는 의지를 비침으로써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 정책이 도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이는 사실상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노선을 180도 전환했다. 취임 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직접 언급하면서 실현 여부를 떠나 김 위원장 제거 작전까지 언론에서 거론되도록 유도했다.


적을 사로잡으려면 우두머리부터 잡아야 한다는 '금적금왕' 방책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그는 실제 항공모함 칼빈슨 호를 한반도 주변에 배치해 군사적 긴장감을 높였다. 그리고 북한을 향해 '오판'하지 말라는 경고를 직접 날렸다. 이와 함께 중국을 압박해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대북제재 강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답을 얻어냈다.


이는 36계 15번째 계책인 조호이산(調虎離山) 과도 일맥상통한다.


조호이산은 호랑이를 유인해 산을 떠나게 한다는 뜻이다. 적으로 하여금 유리한 곳에서 벗어나게 해 힘을 약화시킨 다음에 공격하는 전략이다.


대중 경제의존도가 절대적인 북한을 중국에서 떨어뜨려 놓음으로써 북한의 입지를 급속히 약화시켜 핵 실험 의지를 꺾어버리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36계'로 본 한ㆍ미ㆍ중ㆍ일 사국지(四國志) ▲작년 9월 항저우 G20 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AP연합뉴스)


◆호들갑 떠는 日, 타초경사(打草驚蛇)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압박을 놓고 일본의 호들갑은 유별나다. 일본 정부는 한국을 여행할 때 항상 조심하고 최신 정보를 접하면서 비상연락망을 유지하라고 자국민에게 권고했다.


일본 방송들은 평양 현지를 연결해 북한 분위기를 시시각각 전하고 있는가 하면 여당인 자민당 내에서는 한국에 거주하는 자국민의 안전대책을 마련하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속내는 일본의 북핵 위기와 한반도 무력충돌 가능성을 고조시켜 군비증강,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의 변신(개헌)을 꾀하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타초경사'는 주변 풀을 두드려 뱀을 놀라게 한다는 뜻인데 이 계책은 기본적으로 적의 속셈을 미리 알아내 대비하고자 할 때 사용한다. 일본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내문제를 푸는데 한반도 긴장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욕금고종(欲擒故縱), 놔주는 것이 이기는 것='욕금고종'은 대어를 낚으려면 짐짓 풀어줘야 한다는 뜻이다.


이 전략은 완급조절이 핵심이다. 너무 심하게 몰아붙이면 적이 반대로 달려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적이 도망가도록 만들어 그 기세를 약하게 해야 한다. 추격도 해야 하지만 적을 너무 바짝 쫓아서도 안 된다.


연 6%대 중(中)성장 단계에 접어든 중국으로서는 동북아의 맹주를 자처하기 위해서 경제력 쇠퇴를 용납할 수 없는 입장이다. 북한에 대한 지배력을 미국에 넘길 수 없는 처지이지만 당장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등 중ㆍ미간 경제갈등으로 다가올 피해가 쓰나미급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결국 시진핑 주석은 중.미 정상회담 후 불과 나흘 만에 트럼프 대통령에 전화를 요청해 북핵 위기 인식을 공유했다. 대립보다는 협력을 선택하며 일정 수준의 대북압박을 강화하는 모양새를 취해 어느 쪽과도 절체절명의 갈등을 유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36계'로 본 한ㆍ미ㆍ중ㆍ일 사국지(四國志) 지난해 지상대 지상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케트 '화성-10' 시험발사 장면


◆한국의 차도살인(借刀殺人)…남의 칼도 내 칼처럼(?)=코리아 패싱(PASSING)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한국의 외교력은 사국지 두뇌싸움에서 한발 비켜있는듯 하다.


당사국임에도 대통령 탄핵국면에서 나머지 3대 강국은 한국의 협상지위를 높게 평가할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 같은 여건을 고려해 한국의 전략을 그나마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 '차도살인'이라고 볼 수 있다. 빌린 칼로라도 북한을 제압하는 게 상책이라고 자위할 수밖에 없다.


차도살인은 적의 상황은 명확하지만 우군의 입장이 불명확할 때 우군이 적을 공격하게 유도하고 자신은 힘을 비축해야 한다는 뜻이다.


줄기차게 중국의 대북압박을 유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던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힘을 빌어 북핵 도발을 군사력으로 억제하면서 중국의 대북 경제적 지원 축소를 이끌어내는 것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앞으로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보복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미국과의 보호무역주의 갈등은 안보지형까지 고려해 풀어야 할 고차방정식이 아직 남아있다.


무엇보다 새 정부는 국내의 여론을 대립을 봉합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둬야 한다. 자칫 중국과 미국이 '혼수모어(混水摸魚)' 전략을 취할 빌미를 주면 한국은 안보 경제적으로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혼수모어는 물을 흐리게 만들어 고기를 잡는다는 뜻이다. 기본적으로 적이 혼란스러운 상황에 올라타 은밀히 승리를 구하고자 할 때 구사하는 계책이다.


새 정부가 지속적인 대국민 설득을 통해 일관성 있는 여론을 조성해야 하는 이유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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