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시즌이 돌아왔다. 채용 시장은 어느 때보다 뜨겁지만 청년실업률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청년실업률은 12.3%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중소중견기업에서는 인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이런 아이러니가 있을까 싶다.
필자는 중동 건설 현장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해 30년간 글로벌 기업에 몸담았다. 현재는 독일 글로벌 펌프 전문 기업의 아시아 퍼시픽 최고경영자(CEO)이자 한국 법인의 대표로 재직 중이다. 이러한 이유로 자연스럽게 독일과 한국의 채용 시장과 인재 개발에 대해 비교하고 생각해 보게 됐다.
독일은 우리가 잘 알다시피 도제 제도가 발달돼 있다. 윌로그룹 본사에도 펌프 마이스터를 꿈꾸는 젊은 청년들이 기술 장인들에게 견습을 받고 있다. 또 윌로그룹 본사가 있는 도르트문트 지역 대학교와 협약을 맺어 '워킹 스튜던트' 제도를 시행 중이다. 학생들은 본인이 관심있는 분야나 전공과 관련된 부서로 배치를 받아 학업과 실습을 병행하게 된다.
워킹 스튜던트라고 해서 허드렛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직접 프로젝트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도 주고 필요하면 해외 출장에 동행을 한다. 워킹 스튜던트 기간이 끝나면 본인의 의사와 평가를 통해 정식 직원으로 채용한다.
많은 독일 직원들이 이러한 경로를 통해 입사를 하게 된다. 워킹 스튜던트 제도를 통해 진로 탐색과 사회 생활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구인-구직자'간 미스매칭률이 낮아지게 된다. 한국도 많은 기업에서 인턴십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방학 때 일시적인 프로그램이거나 단기간 임시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독일에서는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만이 성공의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히든 챔피언' 중소기업들이 대기업 못지 않은 연봉과 복지혜택을 제공해서다.
윌로그룹도 독일 '히든 챔피언' 기업이다.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사의 기술획득 노력 외에도 독일 베스트팔렌주의 적극적인 지원 때문이다. '히든 챔피언' 발굴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현재도 윌로그룹은 주정부의 적극적인 지지 아래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의 강소기업 발굴 노력과 함께 인지도 향상을 위한 홍보 활동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소기업들 중에는 홍보 인력까지 갖출 수 있는 여력이 없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다양한 장점이 있는 기업임에도 홍보와 인지도 부족으로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청년 구직자들도 기업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지원 자체를 꺼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강소기업 발굴, 인지도 향상 부분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기업과 청년 구직자 모두 윈윈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독일 청년들은 대기업 입사를 성공의 척도로 삼지 않는다. 그리고 독일에서는 기술인력들이 기술장인으로 사회의 인정을 받고 존경을 받는다. 독일은 우리와 매우 닮아 있다. 분단의 아픔을 겪었고 1990년대에는 우리나라처럼 취업난에 골머리를 앓았다. 하지만 슬기롭게 어려움을 이겨냈다. 불황기에도 유럽 내 최저 실업률을 자랑하고 있다.
독일의 취업 방식이나 인식을 우리 사회에 모두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적용 가능한 것들은 시도해 보고 우리 것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청년 취업난과 기업의 인재 확보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나가길 희망해 본다.
김연중 윌로펌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