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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의 도시이야기]갈매기 놀던 그 곳 '압구정', 富村 1번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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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한명회 등이 정자·별장 짓고
중국사신 오면 연회장으로 쓰기도
1970년대부터 이미 '富의 상징'
특혜분양·저자도 모래소송으로 물의 빚기도


[두 남자의 도시이야기]갈매기 놀던 그 곳 '압구정', 富村 1번지로 1978년 10월 17일 촬영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일대. 전날 이 아파트 71동의 한 집에서 가스폭발 사고가 발생해 15가구 내부가 크게 부서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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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21세기에도 여전하지만, 압구정은 옛부터 권세가들이 호시탐탐 눈독을 들이는 지역으로 꼽힌다. 희대의 권신으로 꼽히는 조선의 한명회는 세조 때 이곳에 정자를 짓고 명나라의 문인 예겸에게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나온 이름이 압구(狎鷗), 글자 그대로 풀면 갈매기와 함께 편안히 노닐던 정자란 얘기다.


당시 예겸이 지은 기문에서는 한명회에게 남을 속이려는 마음을 버리고 무심한 갈매기와 벗 삼기를 권하고 있다. 노년의 한명회의 본심이 어땠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젊은 성종과 정자를 넓히는 걸 두고 갈등을 빚은 역사가 이어지는 걸 보면 본디 유유자적한 삶과는 거리를 둔 양반이었을 테다.

한명회 이전에도 고려 말 선비 한종유가 별장을 지어 노년을 보냈으며 사후에도 중국의 사신이 조선을 들를 때면 연회장으로 썼다고 한다. 압구정이 다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건 조선 말 개화파 지식인이자 마지막 부마인 박영효가 하사받으면서다. 박영효는 정자가 있던 터와 저자도를 하사받았는데 이후 갑신정변으로 모든 재산이 몰수됐다.


근대 이후 서울 강남의 개발과정, 그중에서도 압구정을 비롯한 한강 일대는 정치와 경제권력이 한데 얽히고설킨 지역이다. 정부가 한강 일대 개발에 나선 건 치수(治水)는 물론 급증한 인구 때문이기도 했다. 한강 이북만으로는 늘어난 인구가 감당이 안 됐고 강남을 개발하기 앞서 한강 주변을 손봐야했던 것이다. 여의도에서 시작한 한강 개발은 이후 압구정을 비롯해 서빙고 일대, 반포, 구의까지 이어진다.


압구정동은 서울에서 몇 안 되는 아파트만 있는 행정동으로 아파트가 들어선 70년대부터 이미 부촌으로 이름을 떨쳤다. 국내에 아파트가 처음 도입될 당시만 해도 서민층을 겨냥해 작게 만들었는데, 이곳 현대아파트는 대형 평수가 주를 이룬다. 현대건설은 아파트를 짓기 앞서 저자도의 모래를 퍼와 공유수면을 매립해 택지를 만들었는데, 애초 이곳에는 콘크리트공장과 도로를 지을 목적으로 매립했다가 인가과정에서 바뀌었다고 한다. 처음 23개동 1562가구를 3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지었고 이후 몸집을 불려 현대라는 이름이 붙은 아파트만 76개동 5909가구에 달한다.


압구정 일대는 공유수면 매립 당시 현대건설과 건설부간의 알력, 모래를 퍼 온 저자도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불거진 '단군 이래 최대 민사소송'까지 숱한 이야기를 남겼다. 1970년대 특혜분양으로 물의를 빚은 곳도 현대아파트다. 당시 고위관료와 여야 국회의원, 언론인에게 특혜분양한 사실이 드러나 정몽구 당시 한국도시개발 사장이 부친을 대신해 구속되기도 했다. 부와 권력이 한 데 모인 곳이란 이미지도 이때 생겨났다. 2000년대 초반 분당 파크뷰사건이나 최근 부산 엘시티까지 분양을 둘러싼 불법이 수시로 불거지고 여전히 일부 지역에선 속칭 깜깜이분양이 행해지는 걸 보면 검은 뒷거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듯하다.


강남권아파트가 재건축 이슈로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대장역할을 하는 압구정 일대도 서서히 영향을 받고 있다. 오세훈 시장 시절 기부채납이 과도하다며 시의 제안을 거절했던 압구정 주민들은 시가 새로 내놓은 안에 대해서도 영 탐탁지 않은 기류가 팽배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낸다. 지자체의 행정력에 맞서봤자 득이 될 게 없다는 논리다. 압구정은 지금과 같은 부촌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까. 답은 쉽지 않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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