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5단지 -2억…"당분간 침체" 전망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강남 집값의 바로미터인 잠실5단지와 압구정 현대 아파트가 1억~2억원씩 빠졌다. 당분간은 가격 조정기간을 거치겠지만 반등을 노리는 집주인들도 적지 않아 거래는 뜸해지지 않을까 한다."
'11ㆍ3 대책' 후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 등 이른바 강남4구에서 재건축 단지의 집값 하락세가 가파르다.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 상승세를 주도해왔던 이들 재건축 단지에서는 청약ㆍ전매제한 강화에 중점을 둔 규제책이 나오며 거래가 단절되다시피 했는데 이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하락세가 얼마나 더 이어질지, 서울 전역으로 확산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은 11ㆍ3 대책 발표 이전 한달간 0.76% 상승했지만 발표 이후 한달간에는 1.16% 하락했다. 재건축 투자가 그 어느곳보다 활발했던 잠실주공5단지의 실거래가격을 살펴보면 하락세가 더욱 눈에 띈다. 지난 10월4일 15억2200만원에 거래됐던 전용 103.54㎡는 11월29일 13억700만원으로 2억원 넘게 하락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등록된 거래건수도 9월 28건에 달했지만 규제 발표를 앞둔 10월 9건을 기록한 후 11월 2건으로 급격하게 줄었다.
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하락세는 곧장 서울 아파트값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말 2년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에도 0.01% 떨어지면서 2주 연속 내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강남 재건축 단지 가운데 선발주자들이 약세를 보인 것"이라며 "1억~2억원씩 급락한 이후 추가하락은 없는 상태지만 후발주자들로 볼 수 있는 아파트단지에서 불안감이 확산되면 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내년 부동산 시장에 악재가 산적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남 재건축에서 시작된 침체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집단대출에 여신심사선진화방안이 적용되고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이 예고된 것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강남권에 악영향을 미칠 요소로 공급과잉을 꼽기도 했다. 하남마시지구나 강일지구 등 강남에 인접한 택지지구에서 대규모 입주를 앞두고 있어서 당분간은 전세를 비롯해 수요가 빠져나갈 것이란 설명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하남미사지구, 강일지구에서 향후 2년간 약 10만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며 "앞으로 2~3년은 강남 일대 아파트가 조정기에 들어간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내년으로 유예가 끝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도 관심이 쏠린다. 재건축으로 얻는 개발이익이 조합원 1인당 평균 3000만원이 넘을 경우 이익금의 최고 50%를 세금으로 내도록 한 이 제도는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유예된 상태다. 이 제도의 유예 여부가 시장에 추가 영향을 줄 사안이 될 전망이다. 강남의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초과이익환수제가 시행되기 전에 사업을 밀어붙이려고 하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고민이 크다"며 "또 사업을 지체했다간 손해가 클 수 있어 초과이익 환수 유예 여부가 큰 관심사안"이라고 전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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