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인구구조변화 시차두고 인플레이션 하방압력 작용"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2020년부터 본격적인 인플레이션 하방압력으로 작용한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시차를 두고 자산가격과 실질임금 등의 하락추세를 유도해 물가상승률이 연 평균 0.03%포인트씩 낮아진다는 것이다. 앞으로 고령화 진전에 따라 통화정책에 미치는 효과를 고려해 장기 물가안정목표에도 반영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왔다.
한은이 4일 발표한 '인구구조변화가 인플레이션의 장기 추세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15년 평균 인플레이션 연 2.7%를 정상상태로 놓고, 2020년 이후 물가상승률이 매년 0.03%포인트씩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인플레이션 평균치 1.4%를 정상상태로 설정하면 0.01%포인트씩 매년 내려가는 걸로 나왔다. 올해부터 줄기 시작하는 생산가능인구 변화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2020년부터 인플레이션 장기 추세에 본격 반영된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고령화의 물가 상승·하락 요인을 ▲규모축소의 효과 ▲저축률 ▲실질임금·생산성 ▲자산가격 ▲재정부담 등 총 5가지 경로로 들여다 봤다.
우선 노동공급 감소로 인한 규모축소의 효과 경로에서는 초기에는 상승요인이 우세했지만 장기적으로는 하락요인이 우세할 것으로 판단됐다. 총수요가 조정되기 전가지 생산둔화는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킬 수 있지만 고령화는 만성적인 수요침체 현상을 유발 할 수 있어 오히려 물가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의 사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인구고령화가 20년 이상 진행된 일본의 경우 2000년 이후 생산가능인구 1인당 성장률이 평균 1.5%로 총인구 1인당 성장률(0.8%)의 두 배에 달해 심각한 수요침체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0~70년대 높은 출산율로 노동공급의 증가가 경제성장에 인구보너스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올해 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장기수요압력이 마이너스(-)로 전환하고 2065년까지 연평균 0.9%포인트씩 수요압력을 낮추고 물가 하락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저축률 경로로 상승·하락 요인 모두 가능한 걸로 분석됐다. 고령화가 저축성향이 낮은 고령층 비중이 증가하면서 소비가 늘어나고 이것이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저축률이 장기간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 미래 생산활동에 필요한 자본축적 재원이 부족하게 되고, 이것이 투자둔화로 연결되면 물가는 하락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
실질임금·생산성 경로는 고령화 여부와 관계없이 낮은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여성,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 증가여부, 고령층의 생산성 제고 여부, 청년층의 실업해소 여부 등에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자산가격 경로의 경우 저출산, 고령화와 함께 발생하는 인구감소는 주택, 토지 등 실물자산에 대한 수요를 둔화시키면서 자산가격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까진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 주택가격의 추세적인 하락은 없지만 앞으로는 하락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 재정부담 경로는 고령화의 원인에 따라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지는 걸로 진단됐다. 우리나라는 재정건전성이 유지되고 있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는 단계는 되지 않았지만, 향후 고령화에 대한 세수확대가 진행된다면 물가하락 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
한은은 통화정책에서 장기 물가안정목표롤 고려할 때 고령화 진전 단계에 따라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또 이러한 영향은 수요관리 정책으로만 대응하기 어려워 인구구조변화에 대응하기 위핸 구조개혁 정책을 장기적으로 지속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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