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그린에서 눈물을 흘린 건 처음."
유소연(27)은 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 미션힐스골프장 다이나쇼어코스(파72ㆍ6769야드)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017시즌 첫 메이저 ANA인스퍼레이션(총상금 270만 달러) 최종일 렉시 톰슨(미국)과의 연장혈투 끝에 기어코 역전우승을 일궈낸 뒤 "오랫동안 우승을 갈망했다"며 "우승 능력이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유소연이 바로 비회원 신분으로 2011년 US여자오픈을 제패해 이듬해 LPGA투어에 직행한 선수다. 첫 해 제이미파클래식 우승을 앞세워 신인상까지 차지하며 기세를 올렸지만 2014년 8월 캐나다여자오픈에서의 통산 3승 이후 무려 32개월을 무관의 설움에 시달렸다. 그동안 59개 대회 연속 본선 진출의 일관성을 과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아이러니다.
18번홀(파5)에서 속개된 연장 첫번째 홀에서 불과 1.5m 버디 퍼팅을 앞두고 더욱 긴장했던 이유다. "손이 떨리고, 머리가 복잡해졌다"면서 "수천 번이나 연습한 퍼팅이니 잘 할 수 있다고 마음을 다 잡았다"고 소개했다. 우승자가 18번홀 그린 옆 호수에 뛰어드는 'ANA의 전통'에 따라 캐디와 어머니, 여동생 등과 함께 물에 뛰어든 뒤 "원래 찬물로 샤워하지 않지만 오늘은 100번이라도 할 수 있다"고 웃음을 곁들였다.
톰슨의 '4벌타 날벼락]에 대해서는 "같은 선수로서 예기치 못한 불행에 대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톰슨의 벌타로 예상 밖의 우승 기회를 얻었지만 혼란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는 유소연은 "다른 때와 달리 분명히 미묘한 느낌이 있다"면서 "하지만 경기 도중 어떤 일이 발생했건 톰프슨과 연장전을 치렀고 결국 내가 우승했다"고 환호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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