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하는 췌장암…예방이 최선

5년 생존율 10.1%에 불과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애플의 창시자 스티브 잡스, 세계적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 영화 '사랑과 영혼'의 주인공 패트릭 스웨이지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췌장암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췌장암은 암 중에서도 사망률이 높은 암에 포함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보면 췌장암 환자 대부분이 진단 후 1년 이내에 사망하고 5년 생존율은 10.1%에 불과하다. 발병률도 크게 높아진다. 2012년 1만2829명에서 2014년 1만8017명으로 3년 사이 40.4% 증가했다.

▲이희성 교수

췌장암 생존율이 매우 낮은 것은 초기 발견이 어렵다는 데 있다. 췌장암의 주요 증상으로 알려진 황달, 복통, 소화불량 등은 소화기 질환으로 오인할 수 있다. 이를 경험하고 병원에 방문했을 때는 이미 몸 곳곳에 퍼져 수술이 불가한 3~4기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이희성 이대목동병원 간·췌장담도센터 교수는 "췌장암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복강 내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는 작은 장기이기 때문에 내시경이나 복부 초음파로는 쉽게 발견하기 어렵다"며 "췌장암을 조기에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검사 방법은 복부 컴퓨터단층(CT) 촬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가족 중에 췌장암 환자가 있는 경우, 당뇨병이 새롭게 진단된 경우, 장기 흡연자, 만성췌장염 환자인 경우 등 췌장암 고위험군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의사와 상의하여 복부 CT를 촬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췌장암에 효과적 치료제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췌장암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암 조직을 잘라내는 수술뿐이다. 수술은 암세포가 주변 혈관을 침습하지 않고 췌장에 있을 때만 가능하다.

이 교수는 "췌장은 주변의 여러 장기와 복잡하게 연결돼 있어 절제가 쉽지 않고 췌장을 절제하더라도 직경이 매우 가느다란 췌관을 소장과 연결해야 하는데 췌장암 수술은 외과 수술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수술로 여겨져 왔다"며 "의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췌장암의 위치가 좋지 않고 비교적 크기가 큰 경우에도 안전하게 췌장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