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시외교 기본 계획 발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나라끼리는 싸워도 미세 먼지 등 시민들의 삶에 관한 현안은 도시끼리 풀어보자".
중국발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가운데, 서울시가 '제2의 베세토(BESTOㆍ베이징 서울 도쿄간 협력체)'를 건설해 해결의 실마리를 풀겠다고 나섰다. 이번엔 몽골 울란바토르까지 끼워 4개국 협력기구를 만들고, 나아가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평양까지 포함시켜 동북아 수도간 공통 현안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이처럼 도시 외교를 대폭 강화해 각종 우수 도시 정책을 수출, 글로벌 도시문제 해결을 통한 세계 도시민 삶의 질 개선과 동북아 평화 발전에 기여한다는 목표다.
유럽을 순방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1일 오전(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동행 기자들과 만나 이같은 내용의 도시 외교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시는 우선 베이징, 도쿄, 울란바토르 등 동북아 4개 국가 수도가 참여하는 상설 협력 플렛폼인 '동북아 수도 협력기구' 신설을 추진한다. 이 기구를 통해 4개 도시 시장회의를 정례적으로 개최하고 협력의 장으로 성장시킨다. 향후 북핵 문제가 해결되고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평양까지 참가시키길 계획이다.
다만 국제 정세 등과 다양한 각국 사정 등 복잡한 역학 관계와 지자체로서의 한계를 감안해 정치적 사안을 배제하고 대기질 문제, 문화ㆍ관광, 교육ㆍ청소년 교류 등의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시는 지난 1995년에도 이른바 베세토(BESETOㆍ베이징 서울 도쿄의 약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해 . 문화ㆍ예술ㆍ스포츠ㆍ경제 분야 협력을 추진하다가 2000년 이후에는 한ㆍ중ㆍ일 갈등이 격화되면서 중단된 상태다.
시는 또 세계 주요 도시 시장들이 서울에 모여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서울도시정책공유 시장 회의'를 신설해 오는 10월 첫 개최한다. 참가 대상은 이 때 서울에서 개최하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포용성장 컨퍼런스'와 이클레이(ICLEI) 기후변화대응 시장 포럼에 참석한 시장들이다.
국제기구 유치 및 협력도 강화한다.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와 동남권국제교류복합지구(코엑스~잠실종합운동장)에 전용 건물 등을 확보해 클러스터를 조성, 2020년까지 국제 기구 20개를 더 유치할 계획이다.
시는 이를 통해 교통, 상수도, 전자정부 등 우수 정책을 타 도시에 전파ㆍ수출해 글로벌 도시 문제 해결을 선도할 생각이다. 현재 76건인 각종 정책 설명서를 200건으로 늘려 공유하고, 해외 도시 공무원 대상 온라인 학습 프로그램도 연내 개발한다.
해외 유명 인사 중 서울 체류 경험이 있거나 관심이 높은 사람들을 '서울 글로벌 대사'로 임명하는 등 외국의 전문가ㆍ민간단체와의 네트워크를 통한 민관합치형 도시 외교를 강화한다.
시는 이를 위한 재원 확보를 위해 대외협력기금을 2020년까지 지난해 말 현재 27억원에서 100억원까지 늘린다. 시 본청ㆍ22개 투자 출연기관ㆍ25개 자치구별로 제각각인 국제 교류 사업을 통합ㆍ조정하는 콘트럴타워(도시외교 정책회의)도 신설한다. 국제교류 직렬 신설 추진 등 공무원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도시외교 기본 계획이 원활이 추진될 수 있도록 조례ㆍ규칙을 제ㆍ개정할 계획이다.
박원순 시장은 "정치ㆍ사회적 상황에 영향을 받는 국가간 외교에 비해 도시 외교는 기후변화 대응이나 사회 양극화 같은 시민의 삶을 구체적으로 바꾸는 글로벌 이슈를 빠르고 실용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도시외교 기본 계획을 제대로 추진해 글로벌 도시 문제 해결은 물론 동북아 평화와 공동 번영에도 본격적으로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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