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만 부부·윤상현 의원 등 자택 방문
평소처럼 올림머리에 감색 정장 차림
승차 후 차량 안에서 손 흔들며 인사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이민우 기자]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나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다소 긴장한 듯한 표정으로 침묵을 지켰다. 자택 앞을 나설 때에도, 법원에 도착해서도 지지자와 취재진들을 향해 아무런 말이 없었다.
30일 박 전 대통령의 법원 출석을 앞두고 삼성동 자택 앞은 긴장감이 고조됐다.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이른 새벽부터 박 전 대통령의 출석을 막기 위해 이곳을 찾았고 아침이 되자 그 숫자는 점차 늘어 지난 21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조사를 받으러 나설 때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모였다.
이들은 자택 앞 담벼락과 진입로 등에 늘어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휘두르며 "탄핵 무효, 영장 취소"라고 외쳤다. "나라가 미쳐 돌아간다"며 고함을 지르고 분노하는가 하면 "불쌍한 우리 대통령님"이라고 오열하는 지지자도 있었다. 이들 중 일부는 탈진해 구급차에 실려가기도 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자택 진입로에 자리를 깔고 앉거나 누워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은 이들이 해산명령에도 응하지 않자 직접 들어 인도로 옮겼지만 다시 돌아와 자택 진입로 앞 교차로를 막는 등 소란을 피웠다.
경찰은 지지자들의 돌발행동 등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이날 15개 중대 1200여명을 배치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의 차량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자택 인근 도로와 인도 사이에 철제 간이담장을 설치했다.
오전 9시30분 경에는 최경환, 윤상현, 조원진 등 자유한국당의 친박계 의원들이 박 전 대통령의 사택으로 들어갔다. 박 전 대통령의 미용과 화장을 담당하는 정송주·매주 자매도 이날 삼성동 자택을 찾았다.
박 전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도 부인 서향희 씨와 함께 삼성동 자택을 찾았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는 동생 근령·지만 씨와 소원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지만, 만일 이날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다면 자유인으로서 대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만큼 박 회장이 특별히 직접 자택을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오전 10시9분께 자택에서 법원으로 출발했다. 평상시와 같이 올림머리를 하고 짙은 청색(감색) 정장 상·하의와 검정색 구두를 신었다.
박 전 대통령은 바로 옆에 있던 최경환, 조원진 의원에게 목례한 뒤 경호원들의 안내에 따라 아무런 말도 없이 에쿠스 리무진 승용차에 올라 탔고, 곧바로 법원을 향해 출발했다.
자택 앞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가는 동안 격양된 지지자들이 지지자들은 박 전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 출석을 막겠다며 '영장기각', '고영태를 잡아라' 등 구호를 외치며 박 전 대통령의 차량을 막았으나 경찰에 의해 제지당했다. 박 전 대통령이 짙게 선팅된 차 안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를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박 전 대통령을 태운 승용차는 11분만인 10시20분 서울중앙지법 청사에 도착했다. 취재진은 '국민께 어떤 점이 송구한가', '뇌물 혐의를 인정하나' 등 질문을 쏟아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아무런 대답도 없이 곧장 법정으로 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1일 검찰 소환 때와 달리 포토라인에 잠시 멈춰 서지도 않고 바로 계단을 이용해 법정으로 걸어 올라갔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심사를 앞둔 서울 서초동도 이날 오전 일찍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른 아침부터 서울중앙지법 인근에는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속속 집결했다. 박 전 대통령 지지단체들은 오전 9시부터 구속영장 발부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법원은 박 전 대통령의 출석에 대비해 전날 오후6시30분부터 정문을 폐쇄했다. 청사 주변에는 혹시나 발생할지 모르는 불상사에 대비해 경찰 24개 중대 약 2000명의 병력이 배치됐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이 떠난 뒤 자택 앞에 모여 있던 일부 지지자들은 고함을 치고 오열하다 경찰을 향해 달려들기도 했다. 한 지지자는 태극기로 눈물을 훔치며 "야 이놈의 새끼들아 대통령 살려내라", "부모가 있나 자식이 있나 남편이 있나, 대통령 자리가 그렇게 탐나냐" 등의 말을 쏟아냈다.
지지자들이 박 전 대통령의 차량에 다가서기 위해 경찰이 친 담장을 넘어 도로로 진입하려 밀려들면서 일대는 더욱 혼란에 휩싸였다. 일부는 경찰의 바리케이트를 발로 차 쓰러뜨렸고, 이 와중에 엉켜 쓰러진 지지자를 119구급대가 출동해 구조하기도 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