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내가 1개 튕기고 나면 네가 다음에 받아서 2개 튕기면 돼."
강남 모호텔 사우나. 주식투자를 전업으로 하는 이들이 모여 나누는 대화다. 호텔사우나의 경우 남녀가 같이 모여 앉아 식사나 음주를 할 수 있는 라운지 시설이 마련돼 있어 소위 '꾼'들이 모여 '작전'을 짤 수 있는 장소로 많이 이용된다. 단속에 걸리면 안 되기 때문에 몇 군데를 옮겨다니며 며칠간 밀담이 이어진 후 본격 주가 조정이 시작된다.
이들의 밀담에서 오가는 종목은 주로 실적상승 호재로 단기에 급등한 종목들이다. 주가 급등에 개미투자자들의 꿈이 한껏 부풀려졌을 때 그 꿈이 피눈물로 바뀌는 공매도 세력의 활동이 은밀하게 시작되는 것이다.
실제로 공매도 거래가 늘어나는 동시에 주가가 급락한 사례를 보면 단기간 급격한 변동으로 개미투자자들의 넋을 빼놓는다. 제일약품은 신약 임상을 재료로 지난해 12월27일부터 지난 1월19일까지, 단 하루를 제외하고 자그마치 16거래일 동안 주가가 상승했다. 7만4500원에서 시작한 주가는 19일 마침내 9만원을 넘어섰다.
공매도가 시작된 것도 이 즈음이다. 주가가 9만원을 찍기 직전인 17일 전체 거래에서 공매도 비중이 11%로 치솟았다. 이날 공매도거래대금도 전 거래일의 3배 가까이 늘었다.
공매도 세력의 영향력이 이때부터 발휘됐다. 주가가 9만원을 터치한 후 3거래일 간 1% 미만의 하락과 상승을 받으며 조정을 받는가했더니 4거래일째에 8.5%, 다음날 9.5%, 그 다음날엔 19.1% 폭락했다. 나흘 만에 9만원이던 주가가 6만원으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제일약품처럼 재료를 등에 업고 단기 급등한 종목이 현재 실적 대비 지나치게 고평가를 받고 있으면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된다.
올 들어 코스닥 시장에서 공매도 매매비중이 가장 컸던 종목 100위권 내에 진입한 코스닥 11개 종목을 살펴보면 PBR(주가/주당 순자산가치)와 PER(주가/주당순이익)이 업계 평균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종목들이었다. 100위권내 11개 종목 중 PER가 100을 넘는 종목만 3개나 된다. A주의 경우 PBR 26.53 PER은 7610.00에 이른다. B주는 PBR 9.40에 PER이 2523.53를 기록 중이다. C주의 경우 PBR3.36 PER 111.77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고평가 종목 중 대차거래가 가능한 종목들이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실적 개선에 대한 호재에 투자자가 몰리며 급등을 거듭한다는 것은 곧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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