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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 시행]<上> 개미 울린 공매도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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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박나영 기자]"현재 공매도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고, 기업가치 훼손을 경험한 기업들이 발표하는 대응책들도 대부분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왔다. 공매도를 원천적으로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주식 대여를 하지 않는 것이다. 주주들께서 이용하는 증권사에 '대차거래 활용 금지' 혹은 '보유주식에 대한 대여 불가'를 요청해 주길 부탁드린다."

공매도로 인한 주가 급락 타격을 견디다 못해 바이오벤처기업 신라젠이 지난달 홈페이지 주주 안내문을 통해 주주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신라젠은 지난달 일별 8만주 안팎의 공매도 물량이 출회됐고, 이로 인해 지난 20일에는 주가가 최저가 8900원까지 내렸다.


신라젠뿐 아니다. 시가총액 10조원을 오르내리는 코스닥 대장주마저 공매도 세력의 먹잇감이었다. 지난해 2월 5~7일 셀트리온 주가는 3거래일 만에 17% 급락했다. 미국 FDA의 관절염 관련 자문위원회에서 램시마의 허가를 권고했다는 셀트리온의 발표에 몇몇 증권사들은 램시마 미국 판매가 임박했다며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지만 이 같은 호재에도 주가가 힘없이 내려앉았다.

급락의 주범은 공매도 세력이었다. 이 3거래일 동안 셀트리온의 대차거래잔고(수량 기준)가 2408만여주로 집계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5년 8월 1700만주보다 40% 넘게 늘었다. 금액으로는 2조7200억원이나 된다.


이 기간 매물은 고스란히 개인이 떠안았다. 급락세가 시작된 6일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은 각각 180억원, 870억원을 순매도 했지만 개인은 1053억원을 순매수했다. 다음날에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60억원, 기관은 48억원을 순매도했지만 개인은 40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해 1월 중순 5일간 30% 넘게 하락한 제일약품도 공매도 세력에 일격을 맞은 경우다. 제일약품은 직전해 연말 뇌졸중 치료제 'JPI-289'의 임상 2a상 진입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았다. 이 재료를 바탕으로 1월 초순 1주일간 30% 가까이 주가가 급등했는데 바로 다음주에 30% 이상 급락한 것이다. 주가 급락시기는 공교롭게도 공매도 급증시기와 일치했다. 평소 1만주에도 미치지 못하던 공매도 물량은 주가가 급락한 주간 35만주대로 늘었다.


공매도 세력에 대한 대응은 개별 상장사뿐 아니라 한국거래소 차원에서도 효과적이지 못했다. 거래소는 지난해 6월 말 특정 종목의 공매도 잔액비율이 0.5% 이상이면 잔액과 수량을 공시토록 하는 '공매도 잔고 공시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 제도 시행 이후에도 세력들을 중심으로 한 공매도 공세는 오히려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차잔고는 지난 3일 사상 처음 60조원을 돌파한 이후 꾸준히 증가해 현재 70조 돌파도 목전에 두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대차잔고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공매도 잔고 공시제도 시행 후에도 공매도가 전혀 줄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매도를 위해서는 대차거래가 선행되기 때문에 주식을 빌려서 거래하고 남은 대차거래 잔고는 통상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거래소가 27일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를 시행한 것도 공매도 잔고 공시제도가 제대로 공매도 세력을 제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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